지난해 1월 4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동시에 조지아주로 향했다. 미국 대선이 끝난 후 2석이 걸린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전까지 상원 선거 결과는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8석이었다. 공화당은 1석, 민주당은 2석을 모두 가져와야 상원의 패권을 쥘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열린 투표함은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보수 성향이 짙은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기적같이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승리하며 이른바 ‘블루웨이브(민주당의 의회·행정부 장악)’가 완성된 것이다.
바이든 정부 2년 만에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의 최종 승패가 또다시 조지아주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상원 결선투표가 치러질 조지아주가 앞으로 4주 동안 미국 정치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상원의 패권이 걸린 승부에 명운을 걸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결선투표는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될 수 있다. 브라이언 로빈슨 공화당 전략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약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가 그에 대한 국민투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주 결선투표가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2021년 결선투표 당시와 흡사한 선거 상황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공화당이 탈환한 가운데 이날 현재까지 상원은 민주당 48석, 공화당이 49석을 확보했다. 개표가 진행 중인 네바다·애리조나·조지아주 가운데 네바다주는 공화당, 애리조나주는 민주당 후보가 각각 앞서고 있다. 남은 1곳인 조지아주에서는 래피얼 워녹 민주당 상원의원이 허셸 워커 공화당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섰으나 과반 득표는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 선거법은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2차로 결선투표를 하도록 돼 있다.
결국 민주당 49석, 공화당 50석인 상황에서 조지아주가 상원의 마지막 승부처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예상 밖 선전에 체면을 단단히 구긴 공화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조지아주 결선에서 승리해 상원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입장에서는 하원을 공화당에 뺏긴 만큼 조지아주를 반드시 지켜내야 레임덕을 차단할 수 있다. 선거 예측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538)는 “조지아주가 이번 선거의 결정적 의석이 된다면 양당은 이곳에 모든 것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조지아주 상원 결선에 나설 후보들의 면면 역시 이 투표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공화당의 워커 후보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미식축구 스타 출신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트럼프 키즈’로 분류된다. 이번 선거에서 과거 여자친구에게 한 낙태 종용, 가정 폭력 등 자질 논란이 수차례 불거졌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았다. 반면 민주당의 워녹 의원은 ‘흙수저’ 목사 출신으로 한국 전기차 차별 문제가 불거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수정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처음 미 의회에 발의해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다만 상원의 승패가 조지아주 결선투표까지 가기 전에 네바다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NYT에 따르면 이날 밤 현재 네바다주에서 개표가 80%가량 진행된 가운데 애덤 랙설트 공화당 후보가 현역인 캐서린 코테즈 매스토 민주당 상원의원을 2~3% 안팎 박빙의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네바다주는 주법상 우편투표용지를 투표일 4일 뒤까지 받는 데다 우편투표의 규모도 크다. NYT는 “나머지 투표의 대부분이 민주당 성향의 우편투표와 임시 투표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55%로 점쳤다. 민주당이 애리조나와 함께 네바다에서도 승리할 경우 50석을 미리 확보하면서 조지아주 결선 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상원의 주도권을 지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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