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도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등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가 시행사 등의 ‘돈맥경화’를 막기 위해 5조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새롭게 만든다. 또 공공택지의 사전청약 의무가 폐지되고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방안과 주택 등록임대사업 정상화 방안을 연내 조속히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열린 부동산관계장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최근 금리인상 여파로 전국의 청약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주택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5조원 규모의 미분양주택 PF 대출보증 상품을 신설하기로 했다.
통상 아파트 공급에 나서는 시행사 등 건설사업자는 사업비 일부를 부동산 PF 대출로 조달하고 이후 수분양자로부터 중도금과 잔금을 받아 준공까지 수행해왔다. 그러나 분양 계약률이 낮은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계획한 자금이 제 때 들어오지 못해 유동성 부족으로 사업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미분양이 발생해도 시행사 및 건설사가 유동성 문제를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앞으로 준공 전 미분양에 대해서도 별도 보증상품을 만든다는 것이 이날 발표의 핵심이다.
◇준공 전 미분양 대처 가능토록 HUG 보증=구체적으로는 HUG가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 대해서도 PF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시행사 등이 분양가를 할인하는 등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취했을 경우에만 보증을 지원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국토부는 내년 2월중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 변경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보증 한도·요율 등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미분양에 따른 주택공급 기반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HUG와 주택금융공사(HF)의 기존 PF 대출 보증 발급은 10조원까지 확대하고 금리·심사 요건을 합리적으로 완화한다.
아울러 리츠의 부동산 법인 지분은 50% 초과해 갖고 있는 경우만 해당 투자 지분을 부동산으로 인정해왔으나 앞으로는 리츠가 부동산법인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경우에도 해당 지분을 부동산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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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개선·주임사 정상화 방안 연내 공개=정부는 이와 함께 연내 발표하기로 했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은 12월 초로 앞당겨 공개하기로 했다. 현재 50%에 달하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30∼40%로 낮추고, 현재 정밀안전진단상 D등급 분류시 의무화돼 있는 공공기관 적정성 검사를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내달 초 개선안을 발표하고 이르면 내년 1월중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연내 주택 등록임대사업 정상화 방안도 마련한다. 현재 등록임대사업제는 2020년 이후 혜택이 축소돼 아파트를 제외한 단독·연립주택 등에 대해서만 장기(10년) 등록임대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매매·임대차 시장 상황 등 여건을 고려해 연내 합리적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개선안에는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법인세 등 세제와 금융지원 수준, 리츠 등 전문 법인사업자 육성 방안 등을 담았고 12월중 발표된다.
◇공공택지 사전청약의무 폐지=이와 함께 최근 청약시장 침체에 따라 분양물량 분산 차원에서 향후 매각하는 공공택지는 사전청약 의무가 폐지된다. 현재 주택의 조기 공급을 위해 공공택지는 사전청약을 의무화하고 있어 수요는 감소한 상태에서 분양이 2∼3년 내 집중되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기 매각 택지에 대해서도 사전청약 시기를 6개월에서 2년 내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간 물량을 2024년까지 7만4000가구서 1만5000가구 수준으로 조정하고 LH 등이 공급하는 공공물량도 내년까지 2만4000가구서 1만1000가구 수준으로 낮춘다. 무순위 청약은 현재 해당 시·군 거주 무주택자로 제한된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해 청약 대상자를 확대하고, 예비당첨자 범위도 현재 모집 가구수의 40% 이상에서 500% 이상으로 늘린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주택공급기반 위축을 막고 서민·실수요자의 보호를 위해 주요 과제들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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