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미국 중간선거를 계기로 차기 대권 잠룡들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재선 도전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 선거에서 두각을 나타낸 각 당의 유력 주자들이 2년 뒤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에 뛰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화당에서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당내 파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민주당에서는 막대한 재력으로 재선에 성공한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가 차기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규제와 각을 세우며 ‘전국구 스타’로 부상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약 60%를 득표해 일찌감치 재선을 확정 짓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가 이날 당선 연설에서 “미국이 워싱턴의 리더십 실패로 허우적대는 반면 플로리다는 옳은 길을 가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직격하자 NYT는 “대선 유세의 시작 같은 연설”이라고 평했다.
당내와 보수 언론에서도 벌써부터 그를 밀어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화당 원로인 뉴트 깅그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방송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기를 원하는 공화당 내 모든 사람들이 디샌티스 주지사 중심으로 모여들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지배하는 뉴욕포스트·폭스뉴스·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디샌티스 주지사의 재선 소식을 일제히 집중 보도했다.
민주당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미국 최고 부호 공직자’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는 모양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호텔체인 ‘하얏트’를 소유한 유대계 가문 출신으로 2018년 선거에 미국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개인 자산을 쏟아부은 데 이어 이번에도 1억 5200만 달러(약 2100억 원)를 썼다. 최근 낙태, 총기 규제 등 첨예한 이슈에 선명한 목소리를 내고 다른 민주당 주지사들을 적극 지원하고 나서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샀다.
프리츠커 주지사가 당선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공화당과) 싸울 준비가 돼 있느냐”고 외친 것을 두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대통령 후보 같은 연설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할 것이며 주지사직을 4년 임기 동안 수행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바이든 사퇴 시 출마할 여지를 남긴 답변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 밖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민주당),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공화당)도 재선에 성공해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캘리포니아와 사우스다고타는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표적인 텃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