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제동 걸기에 돌입했다. 대통령실 신축 관련 예산은 물론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예산도 전액 삭감한다. 반면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소상공인 지원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에 대한 예산은 원상 복구해 사실상 민주당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데 방점을 찍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2023년 예산안의 세부 사업별 증액 및 감액 목표치를 확정한 뒤 각 상임위원회에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기초연금과 지역화폐 등 주요 사업과 관련된 증액 계획은 공개한 적이 있지만 세부 사업별 감액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내부 문건을 보면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우 대통령실 신축 관련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대통령실 부속기관 신축 건설비(497억 원), 운영위 사이버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비(20억 원), 운영위 대통령실 시설 개선비(29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청와대 공간을 활용하는 신규 사업도 전면 무효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복합문화 예술 공간 조성(217억 원)을 비롯해 고품질 관광 기반 조성(청와대 권역 관광자원화) 99억 원, 미술 진흥 기반 구축(청와대 미술 전시 운영) 등도 전액 삭감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 공간 활용 사업은 김건희 여사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상임위는 물론 예산결산위원회에서도 전액 삭감 입장을 관철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은 당초 공언한 대로 원상 복구시킨다는 방침이다. 소상공인 지원 특별경영안전자금은 정부안(1조 원)보다 5000억 원을 늘리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예산도 2045억 원에서 720억 원이 증가한 2765억 원으로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주도해 만들었던 2022년 최종 예산과 똑같은 수치다.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이 각별한 관심을 쏟았던 선도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 또한 정부안(1057억 원)보다 2032억 원 늘린 3089억 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모태펀드, 산업단지 청년 교통비 지원 등도 문재인 정부 시기의 예산 규모로 되돌린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처럼 주요 상임위에서 민주당의 입장이 관철된 예산안이 대거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9일 행안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는 2023년 경찰국 예산이 감액된 채 의결되기도 했다. 행안부 경찰국 예산으로 기본 경비 2억 900만 원과 인건비 3억 9400만 원이 편성됐는데 민주당에서 경찰국 신설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밀어붙였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주요 상임위에서 표 대결로 가더라도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단독 의결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당사 압수 수색 등 정권의 탄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산안만큼은 원내 1당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