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1일 동남아 순방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우리 정부가 자유·평화·번영을 3대 비전으로 하는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외교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 순방 외교의 핵심은 북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공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3국 공조 체제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자금 확보를 위해 암호화폐 등을 표적으로 삼은 북한의 해킹 공격을 집중 논의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사이버 분야에서 북한의 광범위한 위협은 한미 정상 간 대화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올해만 1조 7000억 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해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적시 전개, 핵 공유, 전술핵 재배치 등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집중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이다.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경제적 국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우리 기업에 불이익을 주면 미국의 국익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안보와 경제·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상을 벌여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윈윈 하는 정교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우리의 국익과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 외교를 통해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등 가치 동맹을 강화하고 국격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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