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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서 정보계장 극단 선택에 ‘이태원보고서’ 은폐 '윗선' 수사 난항예고

이태원 보고서 은폐 의혹 핵심 관계자 사망

지휘 중간급 간부 숨져 윗선 개입 입증 난망

/연합뉴스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이 11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이태원 보고서' 삭제 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사건의 핵심 관계자가 사망한 만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본의 수사 방향에 대한 경찰 내부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사를 받던 현직 경찰까지 숨지면서 경찰은 안팎으로 최대 위기를 맞게됐다.

12일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2시45분께 용산서 전 정보계장 정 모씨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자택에서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상황을 볼 때 타살혐의점은 없었다"며 “유서존재 여부 등 자세한 사건 경위는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경감은 전날 일부 동료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 씨는 특수본 소환 조사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을 크게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수본은 정 씨와 상관인 김 모 정보과장(경정)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지난 7일 입건해 조사 중이었다. 특수본은 정 씨가 이태원보고서 문건 삭제를 지시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을 회유했다고 보고 그를 소환조사할 예정이었다. 특수본은 앞서 정 씨가 숨지기 전인 이날 오전 10시 서울청 마포청사에서 진행된 언론브리핑에서 "용산서 정보과 직원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신속하게 정보과장과 계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수본은 정 씨의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한 뒤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태원보고서 은폐 의혹과 관련 지휘·보고라인에 있는 중간 간부의 사망은 특수본의 수사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용산서를 포함해 서울경찰청 등 어느 선까지 삭제·은폐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게 됐다. 수직적 지시·보고가 이뤄지는 경찰 조직 특성상 용산서 전 정보계장인 정 씨와 상관인 김 모 전 정보과장, 그 윗선인 박성민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등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단계마다 확인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혐의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10일 용산경찰서 소속 정보관들을 불러 진술을 들은 것으로 파악됐다.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핼러윈 기간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과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은 이미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특수본은 해당 정보관을 상대로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와 보고서 파일이 삭제되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나 회유·강압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정씨와 별개로 보고서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 부장은 관련자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소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부장은 용산서를 포함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가입된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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