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인파 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사전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용산경찰서 전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계장 정모 경감(55)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정 경감이 사망 전날 일부 동료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정 경감은 지난 11일 오전 12시 45분께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자택에서 숨진 채 가족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정 경감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정 경감은 숨지기 전날인 지난 10일 몇몇 동료들에게 전화해 “고마웠다”, “사랑한다”, “다음엔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 등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 정 경감과 통화한 한 동료는 “그게 작별 인사가 될 줄 몰랐다”며 애통한 심정을 전했다.
정 경감은 지난 2일 용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안전 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사무실 PC에서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 종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증거인멸·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입건된 뒤 대기발령 조치됐다. 이에 정 경감은 지난 6일까지 정상 근무를 하다 특수본에 입건된 7일부터 연차 휴가를 냈다.
특수본은 정 경감에 대한 소환 통보를 아직 하지 않았으며,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조사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정 경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일선 경찰관 사이에선 참사 책임을 일선 경찰에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1일 특수본 출범 후 열흘 넘는 기간 입건된 이는 정 경감을 비롯해 이임재 전 용산서장(총경),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현장실무진 7명이다. 참사 당일 경찰·소방당국의 현장 지휘 계통을 제외하면, 사실상 보고서 삭제와 주변 현장의 불법증축 수사만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나 서울시 등 ‘윗선’을 겨냥한 수사는 공전하는 모양새다. 특수본은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 윗선 수사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한편 특수본은 정 경감의 사망에 대해 “국가에 헌신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태원 사고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의자가 수사 중 사망함에 따라 특수본은 정 경감의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