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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인플레 둔화에도 “금융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전문가 경고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7%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확산되고 있다. 6월 9.1%까지 올랐던 CPI가 7%대로 내려가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경우 우리도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파고를 진정시키면서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좁혀야 하는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11일 코스피지수가 3.37%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59원 넘게 급락한 배경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눈앞에 닥친 경제 현실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을 급등시킨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수출 부진과 거액의 무역 적자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마저 수출이 29개월 만에 감소하는 등 성장 둔화의 늪에 빠졌고 유럽도 물가 급등 속에 경기 침체로 접어들었다. 레고랜드 사태 등의 여파로 자금 시장 경색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핵심 산업의 경쟁력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요타·소니 등 일본 굴지의 기업 8곳이 차세대 반도체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경기 침체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제·경영학과 대학교수 204명을 대상으로 최근 경제 상황과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52.7%가 현 경제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으로는 53.9%가 2024년을 꼽았다. 지금은 장밋빛 전망을 하면서 긴장을 풀 때가 아니라 긴 위기의 터널을 지날 수 있도록 허리띠를 조이고 대비해야 할 때다. 특히 정치권은 민간 주도 성장이 가능하도록 법인세 인하 관련 법과 반도체지원특별법 등의 국회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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