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권당 민주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게 됐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웨이브’가 거세게 일 것이란 당초 기대가 빗나가자 당 안팎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론이 터져나오는 모습이다. 예상 밖 부진의 배경에 반(反) 트럼프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 예고한대로 오는 15일 대선 출마 선언을 강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는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예측되자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여러 패배를 마주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능력에 새로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평하며 “선거 이후 트럼프의 오랜 측근들을 포함한 다수의 공화당원들이 당에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서 패인을 찾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질이 부족한 후보들에 힘을 실어준 탓에 공화당이 주요 지역을 내줬다는 것이다. 공화당 정치 전략가인 스콧 리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류 후보를 많이 뽑은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라며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의 제프 던컨 조지아주 부지사는 “트럼프가 내세운 많은 후보들이 선거에서 거부당한 것은 이제 트럼프를 뒤에 두고 양질의 후보와 함께 나가야 할 때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꼬집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의 패배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선거 이전부터 인터뷰를 통해 “내가 지지한 후보가 진다고 나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를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행보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는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탄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큰 대비를 이룬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미 드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선거 다음 날인 9일부터 사흘간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와 공화당 성향의 무당파층 중 42%가 드샌티스 주지사를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외신들은 “이번 선거에 대한 공화당 지지층의 실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세지는 책임론에도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이미 선거 전날 유세 현장에서 오는 15일 ‘중대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외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본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보좌진들이 ‘중대 발표’를 내달 6일 예정된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선거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리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는데 (중대발표 일정을) 왜 바꿔야 하냐”며 서둘러 재선 출사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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