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로 전국 집값이 하락세를 그리는 가운데 희소성이 있는 서울의 대형 평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가격을 방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 25개구 가운데 집값이 크게 출렁인 노원·강동·송파 등에서는 중소형과 대형 간 가격 변동률 차이가 더욱 뚜렷했다.
1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누적으로 0.44% 하락했지만 평형에 따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소형으로 분류되는 60㎡ 이하는 1.78% 떨어진 반면 대형으로 분류되고 보통 방이 4개 이상인 85㎡ 초과 주택은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1.42% 상승했다. 가장 수요가 높다고 알려진 60㎡ 초과~85㎡ 이하는 1.14% 미끄러졌다.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시기를 봐도 대형 평형이 ‘선방’한 모습이다. 부동산R114가 서울 아파트 월별 매매가격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60㎡ 이하는 올해 5월부터 전월 대비 0.06% 떨어지며 하락 반전됐다. 반면 85㎡ 초과는 9월에서야 -0.11%을 기록하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자치구별로 살펴봐도 이 같은 추세는 동일하게 나타난다. 노원구의 경우 올 1~10월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60㎡ 이하의 누적 가격 변동률은 -2.94%를 나타냈지만 85㎡ 초과는 0.26%로 소폭 올랐다. 노원구 전체로 봤을 때는 같은 기간 1.95% 하락했다. 급급매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송파구 역시 60㎡ 이하가 4.15% 하락해 평형은 60㎡ 초과~85㎡ 이하(-5.81%)와 함께 하락장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이 지역 85㎡ 초과 아파트는 변동률 0.23%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강동구에서도 대형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올 1~10월 강동구 전체는 2.43% 빠졌고 특히 60㎡ 이하는 -3.39%, 60~85㎡는 -2.57%를 나타냈지만 85㎡초과는 -0.89%로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적었다. 대형 물건 자체가 희소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도 가격 방어의 이유로 꼽힌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은 지난달 15일 전용면적 73㎡이 12억 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 16억 6000만 원보다 4억 원 이상 빠졌지만 전용면적 113㎡은 아예 매물이 없어 2020년 기록한 18억 8000만 원 최고가가 유지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2~3년 사이 급등한 서울 중소형 아파트들이 금리 인상을 맞아 이전 가격으로 되돌아가는 속도 역시 빠른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 중소형 아파트는 대출 규제(9억 원 이하)를 받을 수 있는 대형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진입 장벽도 낮았고 공급도 상대적으로 많아 중산층과 서민들이 대거 구입했다”며 “그러나 이들은 금리 인상 여파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고 대형에 비해 수요도 빠르게 이탈해 가격이 더 많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 현상은 분양권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 재개발 지역인 한남3구역 매물은 59㎡ 타입이 올해 초 16억 원 중반에서 4억 원 이상 빠진 12억 원 선에서 거래되지만 아직도 84㎡ 타입은 20억 원 넘게 투자를 해야 할 정도로 평형별 가격 차가 크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중소형 타입은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경기 민감도도 높아져 급급매로 매도하는 경우도 나오기 때문에 평형별 가격 차가 벌어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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