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급식 봉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얼차려’를 시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 20분께 강원도 A 고교에서 당시 급식 당번을 맡았던 학생 30여 명이 집단으로 ‘엎드려뻗쳐’ 얼차려를 받았다. 전 학년의 실장과 부실장들인 이들이 급식 봉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학생들도 이들이 체벌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일부는 학교 커뮤니티에 관련 사진을 찍어 올리며 ‘똥군기’라며 비판했다. 강원도교육청 국민신문고에 고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집단 얼차려를 지켜본 한 학생은 체벌이 10분 이상 지속했다고 주장했으나 학교 측은 담당 교사가 1분 정도 엎드려뻗쳐를 시킨 후 바로 일어나도록 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학교 커뮤니티의 글과 교육청 국민신문고는 내려진 상태다. 국민신문고에 글을 작성한 학생은 ‘교육청에서 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니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다.
해당 학교는 이번 일을 아동학대(아동복지법) 혐의로 신고했으며 시청과 경찰이 함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고교 교장은 “군인도 단체 얼차려를 못 하는데 잘못됐다”면서 “사실을 알아보니 1분가량 엎드려뻗쳐 얼차려가 진행됐는데 학생들이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신고하면서 사건이 실제보다 확대된 측면이 있다. 담당 교사는 말로 해도 될 것을 행동으로 보인 데 대해 후회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좋은 취지라도 얼차려 자체가 일어나면 안 된다. 아동복지법에도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금지하고 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가 나오면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 고교는 과거 대학 진학률이 강원도 상위권인 명문 공립고다. A 고교의 한 학생은 “학교 분위기가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며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얼차려를 실시한 교사는 학교생활에 많이 관여한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학교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 관계자들은 공론화에 따른 교권의 위축을 우려하기도 했다. A 고교 교장은 “학교 선생님들의 교권이 많이 실추됐다. 학생들이 사건을 일파만파 흘리고 국민신문고에 올리면 많이 힘들다”며 “학교에서 들어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은데 조그만 일들까지 국민신문고에 알리는 경우가 있어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도 “체벌은 당연히 안 되지만 교육활동을 저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학교는 학교생활 규정에 따라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며 “교권도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교육활동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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