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넉 달째 소위원회를 구성을 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가운데 16일 국민의힘이 소청소위를 신설하자고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다. 새로운 소위를 구성해 양당이 2개 소위를 나눠 갖자는 취지로 민주당은 내부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재위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만나 기재위에 소청소위원회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류 의원의 중재안에는 조세소위와 소청소위는 국민의힘이 맡고, 경제재정소위와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는 민주당이 가져가는 내용이 담겼다. 소청소위는 외부에서 들어온 청원을 심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민주당은 내부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기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갑자기 청원을 받는 소위를 만든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면서도 신동근 간사에게 결정권을 위임하겠다고 말했다.
협상이 넉 달째 교착 상태를 이어가자 고육지책으로 새 소위를 만들어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회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12월 2일)은 2주 가량 남았지만 세제 개편안을 심사할 기재위는 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그간 여야는 조세소위 쟁탈전을 벌여왔다.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소득세 등 주요 조세를 대폭 손질하겠다고 나서자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조세소위 사수 방침을 세웠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할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은 “조세소위는 여당이 계속 위원장을 맡아왔다”는 명분으로 맞섰고,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기재위는 넉 달을 허비했다.
류 의원은 이날 계류 법안의 심사 속도를 올리기 위한 실무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류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기재위원들과 긴급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빠른 법안 심사를 위해 야당에 국민의힘 간사를 포함해 2명, 민주당 간사를 포함해 2명이 실무 협의체를 만들도록 제안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소위원회가 있는데 해당 위원들을 소외시키고 소수 의원들이 법안을 논의한다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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