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마무리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내용의 공동 정상선언문(leaders' declaration)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와 중국 등의 어깃장에도 불구하고 전날 공개됐던 16페이지 분량의 초안을 최종 승인하며 러시아를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로이터에 따르면 G20 정상들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철수"를 요구했다.
다만 선언문은 “'대부분의' 회원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하게 비난하며, 전쟁이 엄청난 인도적 고통을 야기하고 세계 경제가 기존에 안고 있던 취약성을 악화시켰다고 강조했다"면서도 “상황 및 제재에 대한 다른 견해와 평가도 있었다”고 덧붙여 반대의 여지를 남겼다.
이같이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러시아가 막판까지 ‘전쟁’이라는 단어를 넣지 말라는 입장을 밀어붙였고 중국이 동조한 결과, 이들의 동의를 얻어내 선언문을 채택하기 위해 다른 회원국들이 한 발짝 양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선언문 조율 과정에서 “서방국가들이 다른 회원국들을 모두 대표해 러시아에 대한 비방을 포함하려 한다”며 ‘공동 성명의 정치화’를 비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선언문은 또 “오늘날이 전쟁의 시대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핵무기 사용 및 위협을 용납할 수 없다. 갈등의 평화적 해결과 위기 해결 노력, 그리고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힌 데 이어 국제법과 다자주의 체제의 준수, 흑해 곡물 협정에 대한 지지 입장 등을 표명했다.
이밖에 정상들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긴축 속도를 적절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석탄 사용량의 단계적 감축 노력 등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계속해서 추구하기로 했다.
로이터는 “G20 코뮈니케(communique·공동합의문)가 올해 안에 나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대신 정상선언문 채택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코뮈니케는 G20 장관회의에서 만장일치하에 채택될 수 있지만,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의견 충돌이 이어지며 마련되지 못했다. 앞서 7월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역시 ‘빈손 폐막’으로 끝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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