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예년 출제 기조가 유지된 가운데, 지난해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 이후 불거진 ‘선택과목 유불리 현상’ 최소화에 초점 맞춰졌다. 다만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선택과목 유불리 현상을 ‘완전히’ 해소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이번 수능에선 어떠한 양상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박윤봉 수능 출제위원장(충남대 교수)은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학교에서 얼마나 충실히 학습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하고자 했다"며 "올해 2차례 시행된 모의평가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예년 출제기조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사인 이번 수능의 난이도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박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시험이 치러지고 나서 판단이 돼야 할 부분"이라며 "저희들은 최선의 노력을, 적정 난이도를 확보했다고 판단을 해서 출제를 마무리했다"고 답했다.
특히 EBS와의 체감 연계도를 높여 수험생들이 보다 수월하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첫 문·이과 통합 체제로 치러진 지난해 수능은 국어·수학을 중심으로 매우 어렵게 출제돼 ‘불수능’으로 불렸다. 박 위원장은 "작년부터 EBS 연계율 비중이 축소된 부분이 '불수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판단했다"며 "이번에는 '체감 연계도'를 올리는 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통합 수능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선택과목 유불리 현상’ 역시 화두가 됐다. 올해 수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어와 수학 영역은 선택과목 체제로 치러진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국어의 경우 ‘화법과 작문’ 보다 ‘언어와 매체’가, 수학의 경우 ‘확률과 통계’ 보다 ‘미적분’의 표준점수가 높아 해당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유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양상은 올해 치러진 평가원 모의평가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박 위원장은 "선택과목이 있는 영역에서는 과목별 난이도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출제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유불리 현상이 완전히 해소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사실 선택과목별 유불리 현상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통과목에 응시하는 점수를 활용해서 선택과목 점수를 조정, 전체 점수(영역 점수)를 산출하고 있는데 이것이 지금 상태에서는 그나마 유불리 문제를 최소화할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택과목에 대한 난이도 차이를 현재와 같이 조정하지 않으면 쉬운 과목을 택하는 학생들이 유리해지는 또 다른 유불리 문제가 발생된다"고 설명했다.
재수생 등 N수생 비중이 커진 점도 출제 난이도 조정에 고려됐다. 이번 수능에서 졸업생과 검정고시생 비율은 31.1%로 26년 만에 가장 높다. 박 위원장은 "졸업생의 경우 1년 더 준비하는 기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잘 준비가 된 학생들"이라며 "상위권 비율을 그 학생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데 모의평가를 분석해 졸업생 비율에 맞춰 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도 "6월과 9월 모의평가 때 재수생들 비율과 수행 정도를 평가해서 최종적으로 수능에 재수생들이 어느 정도 있으면 어느 정도 난이도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가늠한다"며 "그 수준에 맞춰 문제를 출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제오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출제 검토기간과 자문위원도 강화했다. 이 평가원장은 "고난도 문항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특별히 점검하는 절차를 추가로 넣었다"며 "초반에 안정된 문항이라고 보고 검토과정에서 누락될 수 있는 '조기 안착 문항'의 검토과정도 추가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