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오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이달 9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8일 만에 또다시 도발한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도발에 앞서 담화를 내고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 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미일 정상이 13일 대북 확장 억제 강화 등을 합의한 데 대한 반발이자 균열 전략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끊임없는 미사일 도발의 핵심 돈줄로 해킹을 통한 암호화폐 탈취를 지목하고 있다. 한미 등 12개국 대표는 이날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대응을 위한 민관 심포지엄을 갖고 북한의 사이버 해킹 대응을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은 3월 ‘엑시인피니티’라는 게임 회사를 해킹해 6억 2000만 달러(약 83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 북한이 올 상반기 31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투입한 6억 5000만 달러를 한 번에 벌어들인 셈이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15일 하원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북한이 암호화폐와 경화에 대한 사이버 절도 행위로 지난 2년간 10억 달러(약 1조 3250억 원) 이상을 벌어들여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자금을 댔다”고 밝혔다. 북한은 마약·위조화폐 등 기존의 외화벌이 수단이 막히자 사이버 금전 탈취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대북 제재의 고삐를 단단히 죄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로 해킹을 통한 자금 확보를 전면 차단하고 중국 등에도 제재 참여를 촉구해야 한다. 만약 중국이 대북 제재에 협력하지 않으면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세컨더리보이콧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김정은 정권의 도발에 맞서 새로운 국제 제재망 구축과 강화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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