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제2의 중동 신화’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빈 살만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갖고 사우디가 추진하는 5000억 달러(약 660조 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주요 기업들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은 100조 원대 안팎으로 추산되는 26개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양국은 스마트시티·그린수소·고속철도 등 전 산업을 망라한 계약과 양해각서(MOU) 체결로 전면적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 위기를 중동 건설 특수로 돌파한 경험이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가 겹친 복합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의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켜야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중동 특수는 경제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중동 신화를 재연하려면 우리 기업들의 모래주머니를 제거해줘야 한다. 당장 건설 업계는 해외 건설 현장에서 국내의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받아 공기를 맞추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이달부터 특별 연장 근로 기간을 늘리기는 했지만 해외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제 유연 적용 등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과거 중동 특수는 도로·항만 등 인프라 구축 위주였지만 지금은 석유 자원 고갈에 대비한 지속 가능한 성장 산업과 비석유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민관이 ‘원팀 코리아’를 만들어 에너지·디지털·바이오·우주·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패키지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에는 빠졌지만 원전과 방산 분야의 중동 진출 준비도 촘촘히 해야 한다. 모두 첨단 프로젝트이므로 기술 초격차 확보가 근본 대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