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미국 민주당 하원을 이끌어온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물 정치인의 퇴진과 함께 미국 정치권에서도 세대 교체 물결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펠로시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내년 1월 개원하는 다음 의회에서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지 않고 평의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중간선거 이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껴왔으나 전날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이 확정되자 이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펠로시 의장은 “내가 깊이 존경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이끌 새로운 세대의 시간이 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놀라운 책임을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고 기꺼이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것에 대해서 전날 "차기 의회에서 하원 민주당은 빈약한 다수당인 공화당에 대해 강력한 지렛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지난 20년간 민주당 하원 최고 지도자 자리를 맡아온 민주당의 ‘간판’이다. 그는 2003년 1월부터 2007년 1월까지 하원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2007년 1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하원의장에 올랐다. 이어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 자리를 뺏긴 뒤인 2011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다시 하원에서 원내대표로 일했고, 2019년 1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뒤 지금까지 하원 의장을 맡아왔다.
이날 펠로시 의장과 함께 민주당 지도부 트로이카를 구성해온 스테니 호이어 원내대표 와 짐 클레이번 원내총무도 용퇴 의사를 밝혔다. 모두 80대인 이들이 퇴진하면서 민주당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의 퇴진에 성명을 내고 “역사는 그를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하원의장으로 기록할 것”리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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