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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인 암살 배후' 빈 살만 면책특권 인정

백악관 "국제법 원칙상 '국가원수 권리' 인정"

약혼녀 "미 '정의의 빛' 믿었지만 유전무죄" 울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7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한 소송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 법무부가 이날 관련 소송을 위해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연방 지방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에서 법무부는 "피고인 빈 살만이 외국 정부의 현직 수반으로서, 국가 원수에게 부여되는 면책 특권이 적용된다는 것이 행정부의 판단"이라며 "국가 원수 면책 특권의 원칙은 국제관습법으로 잘 확립돼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실권자로 통하는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총리로서 미국 법원에서 면책 특권을 갖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9월 사우디 정부 수반인 총리로 임명됐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국무부가 오랜 시간을 거쳐 확립된 국제관습법의 원칙에 따라 내린 법률적 결정"이라며 "사건 본안 심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카슈끄지의 약혼자였던 하티제 젠기즈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말이 오늘 다시 죽었다"며 "미국에 정의의 빛이 일말이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돈이 먼저였다"고 지적했다.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가졌다는 뜻의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고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가 산유국인 사우디의 막대한 오일 머니를 손에 쥐고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이번 면책특권 판단에 고려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앞서 사우디 출신의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2일 혼인신고를 위해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살해됐다.

카슈끄지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써 사우디 왕실이 주목하는 언론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미국 정부는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결론을 공표해 사우디와 외교갈등을 빚었다. 카슈끄지의 약혼녀 등은 빈 살만 왕세자 등을 상대로 정신적·금전적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2020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9월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그 일(카슈끄지에 대한 회유 작전)은 내 감시 아래 벌어졌기 때문에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라며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일(살해)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발생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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