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에 어린 딸을 데리고 나와 대외에 공개한 의도를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19일 김 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부인 리설주와 딸 김주애 등과 함께 ICBM 발사 과정을 참관한 장면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자녀가 얼굴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여” 발사 과정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도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여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해주셨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과 리설주를 빼닮은 어린 소녀가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자녀 얼굴을 전격 공개한 배경으로는 우선 당일 발사한 화성 17형이 전략무기로서 안정성을 갖췄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자신의 부인과 어린 딸이 함께 지켜볼 정도로 무기체계로서의 신뢰성을 갖췄다는 것을 선전하려는 목적이라는 얘기다. 특히 북한이 이달 3일 발사한 화성 17형은 2단 분리까지 성공했지만 이후 정상 비행에 실패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전략무기로서 화성 17형의 운용 안정성을 가족 동원을 통해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며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할 전략무기 확보를 보여주는 국내적 메시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발사 현장에 부인과 딸,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등 이른바 ‘백두 혈통’을 총동원함으로써 5년 전 선언한 ‘핵무력 완성’이 백투혈통의 업적임을 시사하는 의도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노동신문은 19일자 1면에 김 위원장의 ICBM 발사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하면서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를 제목으로 뽑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가족 동반은 화성 17형 발사 성공의 자신감과 성과를 가족과 함께하겠다는 것”이라며 “최고지도자 가족이 배석함으로써 과학자와 전투원 등에 대한 격려의 의미도 배가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딸 공개에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오지만 이에 대한 반박 의견도 적지 않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의 장남이나 차남을 제치고 자신의 성격을 가장 빼닮은 삼남 김정은을 매우 이른 시기에 후계자로 선택한 것처럼, 김정은도 자신을 가장 빼닮은 딸을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며 “만약 이후에도 김정은이 중요한 현지지도에 그의 딸을 자주 동행시킨다면 이는 김정은의 딸이 후계자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벌써 후계자를 공개할 리 없다는 반박도 있다. 양 총장은 “자연스럽게 딸을 공개한 것은 오히려 딸이 후계자가 아님을 방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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