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예산을 칼질하고 맘대로 증액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소위에서 주택도시기금 중 공공 임대주택 지원 예산을 6조 1177억 원 늘렸다. 반면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우선분양 등 공공 분양 지원 예산은 1조 1393억 원이나 삭감했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성하기는커녕 다수 의석의 힘으로 새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마저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에 대해서는 묻지 마 식 증액에 나서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경찰국 운영비 예산을 10% 깎고 이재명 대표의 주요 공약이라는 이유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을 5000억 원 늘렸다. 기초연금 인상(1조 6000억 원), 쌀값 안정화 지원(1959억 원), 재생에너지 지원(3281억 원) 등 민주당의 10대 사업 예산 증액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에서 새로 만들거나 늘려 예결위로 넘긴 예산만 3조 4000억 원을 웃돌고 있다. 대신 야당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 사업에 대해 전액 예산 삭감을 고집하고 있다. 이 대표가 대선 당시 ‘SMR 연구개발 추진’을 공약한 적이 있는데도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헌법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랏돈을 제멋대로 쓰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 경쟁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압도적 과반 의석을 무기로 예산을 마치 자기들의 쌈짓돈인 양 주무르려 하고 있다. 거대 야당의 몽니로 내년 예산안의 12월 2일 법정 처리 시한 통과가 어려워질 경우 초유의 준예산 사태마저 우려된다. 전례 없는 경제 위기를 맞아 야당은 정부의 발목을 잡는 행태를 접고 새 정부 첫해라도 예산 편성에 협력해 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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