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과거 CJ대한통운의 계열회사 상근고문으로 근무했던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사무부총장의 선임에 정치권 청탁이나 외압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가운데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고위급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제기돼 향후 수사폭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21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이 전 부총장이 2020년 중순부터 약 1년간 CJ대한통운의 자회사인 한국복합물류에서 상근고문으로 선임된 경위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중으로 알려졌다.
한국복합물류는 1992년 설립된 업체로 국가거점물류시설인 복합화물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100%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국토교통부 소유의 부지 위에 지어진 화물터미널 시설물로 사업을 꾸리다보니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곳이다. 이 전 부총장이 지낸 상근고문직은 사업과 관련한 정책자문을 내놓는 자리다. 통상적으로 국토교통부의 추천을 받은 인물이 선임되는데, 이 전 부총장 역시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국토부의 추천으로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한국복합물류는 정부 물류정책에 따라 국가 소유 부지에 물류시설을 만들어 운영하는 기업”이라며 “오래 전부터 국토부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채용해 정책자문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인사(이정근) 또한 국토부 추천에 따라 고문직을 맡았으며, 1년 계약이 종료된 이후 국토부 추천을 받은 다른 인사로 교체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가 물류업과 관련한 이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국문학과 출신인 이 전 부총장은 방송작가로 일하다 남편과 함께 교육업체를 운영한 뒤 민주당에 입당해 사실상 정치권 활동에만 전념해왔다. 이 전 부총장은 상근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약 1년간 억대 연봉을 받았음에도 제대로 출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별다른 자격이 없는 이 전 부총장이 사기업 상근고문직에 선임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에 로비나 정치권 압력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중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이 전 부총장의 공소장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인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회사 측에 이 전 부총장을 선임하도록 외압을 가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법조계 안팎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총선에서 당선되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직을 해주지는 말라”는 기조였지만, 노 전 실장이 인사비서관과 행정관 등에게 연락을 취해 채용이 이뤄지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관련자들 진술과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속 녹취록 등을 토대로 이 전 부총장의 선임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가와, 관련자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중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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