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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대형 금융사기, 제도개선 계기 삼아야

■이충훈 법무법인 시장 대표변호사





최근 몇 년 사이 사모펀드로 인한 대규모 금융 사기 사건으로 국민들이 큰 피해를 봤다.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옵티머스 사태, 독일 젠투·헤리티지 펀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총 피해 금액만 6조 원이 넘는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같은 사기적 상품의 판매가 국내 굴지의 대형 은행과 증권사 등에 의해 수년간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과거와 달리 소수 고액 자산가의 피해가 아니라 많은 일반 국민도 피해를 당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기적 운용·판매가 적발되지 않고 가능했던 원인으로 제도적 문제와 함께 부실한 금융 감독 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 대비 빈약한 금전 제재와 보상에 인색한 내부고발 제도가 핵심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경우 증권 사기에 대해 수억 달러의 제재금과 벌금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재원으로 하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 제도가 있다. 포상금 역시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까지 지급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내부 제보는 모두 익명으로 가능하다. 또 변호사에 의한 대리 제보는 물론 신원에 대한 철저한 보호가 제도적으로 보장돼 제보자는 대부분 피제보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에서야 익명 제보가 인정됐다. 하지만 포상금은 여전히 10억 원이 한도이고 실제 집행은 건당 수천만 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상장 주식 불공정거래 규제 편에만 인정될 뿐 펀드 사기와 관련된 집합 투자 운용·판매 등 일체의 다른 조항들 위반에 대해서는 내부 제보나 포상금 제도에 대한 근거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민사 제재금과 사법 당국의 벌금 등이 포상금의 재원으로 쓰이도록 돼 있다. 페어펀드(FAIR FUND) 제도 등으로 국가가 위법행위자에게 징수한 제재금·부당이득금으로 일반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하게 하는 제도도 구비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올 상반기 국내 부과 제재 현황 보도를 보면 모 증권사에 대해 부과된 50억 원대의 과징금이 최고다. 대부분이 수억 원대, 수천만 원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벌금이나 부당이득금은 형사재판을 통해 사법부 판결로 집행되는데 규모도 매우 미약하다. 특히 국고로 환수돼 피해자들의 피해 보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는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을 국민 여론과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 제도를 결합해 일시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 금융기관들은 근본적인 법적 책임은 부인하고 국민 여론에 떠밀려 결과만 수용하는 시늉만 하는 게 현실이다. 미국이 내부고발 제도를 강화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에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형 사모펀드 사태를 겪은 우리나라도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정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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