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아바타: 물의 길’도 ‘영웅’도 둘 다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극장, 영화계가 아직 어려운데 두 작품으로 인해 관객들이 다시 극장으로 올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는 생각입니다”
촬영을 마무리한 지 약 3년 만이다. ‘해운대’ ‘국제시장’ 등 1000만 관객 영화를 두 편 연출한 윤제균 감독의 신작 ‘영웅’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개봉 연기를 거듭한 끝에 올 연말 마침내 개봉하게 됐다. 12월21일 개봉이 유력하다. 공교롭게도 또 다른 극장가의 기대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 물의 길’이 다음 달 개봉함에 따라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른바 ‘쌍천만 감독’ 타이틀을 갖고 있는 윤 감독으로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안팎에서 크다. 윤 감독은 2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웅’ 제작보고회에서 이에 대해 “'영웅'이 지금 어려운 우리 영화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조그마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기 위해 준비하던 때부터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하기까지 마지막 1년의 이야기로, 동명의 뮤지컬이 원작이다. 윤 감독은 “뮤지컬 ‘영웅’을 보면서 안 의사뿐 아니라 모든 독립운동가분을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했던 게 마음이 아팠고 죄송했다”며 “언젠가 영화화하자고 결심했다. 그게 10년도 넘은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전작인 ‘국제시장’이 돌아가신 제 아버지 이야기라면, ‘영웅’은 안중근과 어머니에 대한 영화”라고 덧붙였다.
영화 개봉과 비슷한 시기, 뮤지컬 ‘영웅’도 아홉 번째 시즌을 개막한다.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에 대해 윤 감독은 “절반의 새로움과 절반의 익숙함을 택했다”며 “뮤지컬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안중근 의사의 과거와 설희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과 그 이유 등을 많이 보완했다”고 말했다. 설희(김고은), 조마리아(나문희), 우덕순(조재윤), 조도선(배정남) 등 주요 배역 캐스팅도 뮤지컬과 다르다. 또한 라트비아 해외 로케이션을 통해 뮤지컬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볼거리를 영화에서 넣었으며, 촬영장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면서 현장감을 살렸다. 뮤지컬 영화에 처음 도전했던 김고은은 노래하며 연기했던 경험을 돌아보며 “현장에서 감정을 쏟아내며 연기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다만 주인공인 안중근 역할은 뮤지컬의 2009년 초연부터 이 배역을 연기한 정성화의 몫이었다. 그는 “다른 인물도 아닌 안중근 의사 역을 맡는다는 건 영광이자 책임감이 엄청나게 막중한 일”이라며 “책임감을 느끼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뮤지컬과 영화에서 차이를 두고자 했던 점을 묻자 그는 영화에서 대사를 노래로 하는 일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처리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노래의 호흡을 관객분들에게 많이 들려드리겠다는 생각으로 좀 더 진심 어리게, 감정을 쏟아내면서 노래하는 방법을 많이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영웅’은 ‘국제시장’ 이후 윤 감독이 8년만에 내놓는 신작이기도 하다. 그는 제작보고회를 마무리하며 “진심, 진정성을 갖고 영화를 만들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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