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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원전 비중 50%로 높이고 신규 대형 원전 추가 건설 서둘러야”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에너지 안보를 국가 핵심 목표로 세우고 실사구시 정책

  산업생태계 복원하면 원전 10기 해외 수출 충분히 가능

  美·佛 등과 경쟁·협력으로 자유진영 원전 부흥 주도하고

  여야 합의로 사용후 핵연료 처리장 관련 특별법 속도내야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인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2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안보 강화를 국가 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할 때"라면서 "원전 비중을 50% 수준으로 높이고 신규 대형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에너지 위기가 우리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은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 적자라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고사 위기에 놓였던 원자력발전 산업의 부활을 통해 ‘원전 최강국’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인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21일 서울경제와 만나 “원자력발전 비중을 5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신규 대형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또 “원전 생태계 복원을 통해 원전 10기 해외 수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면서 “원전 부활에 필요한 사용후핵연료 처리장 관련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위기가 글로벌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증하고 전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체계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에너지 절감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모든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수급 체계를 안정화함으로써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합리적 가격을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아 실사구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산업 경쟁력 향상과 국민 복지 달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진 원전 생태계 복원이 시급한데.

△탈원전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 중소·중견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일감이 사라지고 미래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사업을 접거나 인력을 대폭 줄여야만 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곧 재개될 것이고 원전 수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취약한 사업 역량을 복구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기업이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당장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동 원전에 대한 예방 정비 등 유지·보수 활동을 확대하는 것도 원전 생태계 복원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전략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구체적인 점유율은 개별 기술 발전과 에너지 및 산업 환경, 국민 수용성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에너지 믹스 정책은 취약한 에너지 안보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되 사실과 과학에 바탕을 둔 시나리오 분석을 거쳐 마련돼야 한다.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에너지 이용의 대부분을 전기화하고 대부분의 전기를 원자력과 신재생 등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생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원전 비중은 어느 수준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에너지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27% 수준에서 50%까지 높이지 않으면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대형 원전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기저 전원 역할을 맡도록 하고 출력 조절이 가능한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원전은 기술 자립에 힘입어 ‘준(準) 국산 에너지’로 불리고 있다. 경제성, 국토 이용 효율성,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현 정부의 원전 부흥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지만 원전 건설과 관련한 절차로 인해 원전 부흥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법 절차는 철저히 준수하되 최단 시간 내에 실질적인 건설 재개가 이뤄지도록 이해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주요 설비에 대한 공급계약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신한울 3·4호기에 이은 신규 대형 원전의 추가 건설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정부에서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새로운 건설 부지를 하루빨리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도 여전히 필요한데.

△재생에너지는 기술 자립률과 공급 안정성을 높이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은 분산 전원의 측면에서 매력적인 에너지원이다. 다만 산지 비율이 전체 국토 면적의 70%에 달하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우리나라에서는 재생에너지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보급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만 이익을 챙겼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신한울 1·2호기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데.

△신한울 1·2호기는 기술성·경제성 때문에 수입에 의존해왔던 원자로 냉각재 펌프, 계측제어 시스템까지 완전 국산화한 APR1400 모델이 적용됐다.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수출한 APR1400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단독으로 자유 진영의 원전 기술을 이끌어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전통적 선진국인 미국·프랑스 등과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관계를 통해 자유 진영의 원전 기술과 산업구조를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원전 수명을 늘리는 등 원전 의존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신규 원전 건설이나 가동 원전의 계속 운전으로 원전 이용을 확대하고 있다. 탈원전 국가로 알려진 벨기에와 스위스는 이미 최초 허가 기간을 넘겨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도 연말에 폐쇄하기로 했던 원전 3기를 내년 봄까지 계속 운전하기로 했다. 미국은 일부 원전 수명을 8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특히 탈원전 분위기가 팽배했던 유럽연합(EU)에서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를 통해 원자력을 녹색에너지로 공식 인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원자력이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우리가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만큼 원전 10기 수출은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체코·사우디아라비아·영국·핀란드 등은 잠재적 수출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원전 시장을 장악해왔던 러시아와 중국의 입지가 불리해진 만큼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의 갈등도 양국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조만간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 공기업 중심의 기존 수출 체계와 정부 차원의 총체적인 노력, 민간 대기업의 역량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다면 신시장 공략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 주도 아래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SMR이 차세대 원전의 대표 주자로 꼽히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을 보완하면서 에너지 안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열한 개발 경쟁이 진행되는 분야다. SMR은 소규모 전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출력 조절 기능을 갖춰 재생에너지 시스템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높은 안전성으로 에너지 수요지 인근에 건설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00여 종의 기술을 소개했는데 이 가운데 10여 종만 살아남을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SMART)’는 2012년 세계 최초로 규제 기관 인증을 받았으나 수출하려던 계획이 주춤한 상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혁신형 SMR(i-SMR)’은 올해 초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2028년 설계 인가를 획득하고 2030년대에 세계 시장의 주력 SMR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앞으로 SMR의 개발, 실증 및 사업화에 민간 기업의 창의력과 사업 능력이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데.

△국민이 원전의 안전성과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신뢰해야만 원전의 지속적인 이용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안전성 향상과 투명한 정보 공개 및 소통이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영구 처분장 확보가 관건이다. 이미 지하 약 500m 깊이의 동굴에 녹이 슬지 않는 구리 용기로 포장해 처분하는 심층 처분 방법이 마련돼 있다. 핀란드는 2024년 경부터 심층 처분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스웨덴도 건설에 착수했고 프랑스와 스위스는 처분장 부지를 확보했다. 이들 나라는 국가 차원의 로드맵과 합리적인 법적 절차를 마련한 후 장기간에 걸쳐 국민과 소통하면서 부지를 확보했다. 우리나라도 영구 처분장 문제를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처분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물론 처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문성이나 독립성에 대한 회의론이 높은데.

△원안위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립적인 행정기구로 출범하면서 독립성이 크게 강화됐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이 원안위를 탈원전 활동의 장으로 이용하면서 정치화·이념화의 문제를 안고 있다. 상임위원 2인(위원장·사무처장)과 비상임위원 7인으로 구성되는 위원회의 전문성도 문제다. 사무처장은 상임위원에서 제외하고 위원장과 상임위원 2인(원자력 시스템·방사선 방호 분야), 비상임위원 6인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비상임위원에 원자력 전문가를 임명하고 위원회 활동 기간에는 원전 관련 찬반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 산하 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 및 원자력통제기술원과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He is…

1961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원자력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연구원 및 연구교수를 거쳐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 부원장 및 원장직무대행 등을 역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이용개발전문위원회 위원,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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