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태극 전사들이 4년간 갈고닦아 준비한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은 모든 축구 선수들이 꿈꾸는 무대다. 저는 두 번의 월드컵을 경험했다. 경기에 투입되지는 못했지만 현지에서 훈련을 함께하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골키퍼 포지션의 특성상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모두 뛸 확률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늘 ‘내일 경기에 뛴다’는 마음으로 몸을 준비했다. 이란의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이번 월드컵 잉글랜드와 1차전에서 갑자기 다친 것처럼 경기 중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발 11명을 제외한 2명의 백업 골키퍼 등 15명의 선수도 내일 경기에 뛴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으면 한다. ‘내가 경기에 들어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시간대별 상황마다 고민해보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중요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기로 유명하다. 빌드업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골키퍼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승규는 워낙 발을 잘 쓰기로 유명하고 (조)현우나 (송)범근이도 발을 많이 사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월드컵은 차원이 다른 큰 무대이고 중압감도 엄청나기 때문에 상대 팀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면 좋겠다. 만약 우루과이가 강한 전방 압박으로 나온다면 최후방에서 압박을 풀려고 하다가 위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오히려 안전하게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제가 생각했을 때 골키퍼는 잘하는 것보다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실수하지 않고 안전하게 지켜주면서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고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물론 세 선수 다 워낙 실력이 있기에 누가 나오든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1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정신적 무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 알겠지만 평가전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12년 전 상대한 우루과이는 개인 기량도 좋았지만 마치 전투에 나가는 전사들처럼 정신 무장이 잘돼 있었다. 월드컵 경험이 많은 주장 (손)흥민이가 선수들에게 잘 이야기해줬을 것이다. 또 흥민이가 있기 때문에 걱정되지 않는다. 공격수인데도 적극적으로 내려와 수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월드 클래스 선수가 그렇게 뛰면 다른 선수들이 안 따라 할 수 없다. 동료들을 위해서 늘 희생하는 흥민이가 부상을 떠나 이번 월드컵에서도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
성남FC 골키퍼 김영광은 2006 독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 대표로 출전했으며 2004 아테네 올림픽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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