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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한반도 현 상황 상당히 지속될 것…멀리 보며 北인권·민주화 힘써야"

◆‘주사파 대부’ 불렸던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김정은정권, 철저 감시 사회, 내부에 구멍 별로 안 보여

정부가 北 인권 개선 적극 나서야 청년층 등 국민도 관심

확장억제 실효성 높이되 재래식 무기 압도적 우위 중요

블록화 가속…가치 연대 추구하고 국익 위주 외교 필요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2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대를 내려가면 갈수록 북한이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계속 약해지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앞장서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권욱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린 딸과 함께 화성 17형 시험 발사를 지켜본 장면을 공개하면서 ICBM 개발을 부각시키려 했다. 북한은 머지않아 7차 핵실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23일 “북한의 핵무기를 저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지금은 멀리 내다보면서 북한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에 힘쓰는 게 더 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자신의 목숨”이라며 “미국의 확장 억제 실효성을 높이되 재래식무기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주사파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학생운동에 앞장섰다가 전향해 북한 민주화와 인권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을 만나 ‘운동권의 과거와 현재,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1980년대 대학가에 배포된 ‘강철서신’의 저자로 유명한데.

△당시 학생운동권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상당히 유행했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 서적을 광범위하게 읽었다. 굉장히 매력적이었지만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상·제도 등의 상부구조가 경제라는 하부구조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는데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인간의 열정·용기·끈기·연대가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다 주체사상을 접했다. 이 사상을 공부하면서 다른 학생들과 교감해야겠다는 취지에서 글을 쓰게 됐다. 그러나 이 사상은 김일성 독재에 이용돼 역사적으로 부정적 역할을 했다.

-1991년에 북한으로 가서 김일성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틀에 걸쳐 6시간 가까이 다양한 얘기를 많이 했다. 김일성이 점심 식사 때 예전 빨치산 활동 때 먹었던 것이라며 언 감자국수를 설명하기도 했다. 가을에 수확해 땅에 묻어놓았지만 겨울에 꽁꽁 얼어 색깔이 변한 언 감자를 갈아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86세대 운동권은 당시 어떤 이념과 생각으로 학생운동을 펼쳤으며 지금은 어떤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86 운동권 중 여전히 그때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2~3% 정도일 것이다. 통합진보당 인물들이 대표적이다. 또 북한과 연계해 활동하는 사람은 이 중에서도 극히 일부일 것이다. 나머지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에 관심을 갖든지 아니면 아예 우파 쪽으로 바뀐 것으로 본다. 이석기 씨는 나와 같은 서클 운동을 하던 하영옥이라는 친구와 친해져 민혁당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를 만난 적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반헌법 세력”이라며 “이들과의 협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는데.

△종북 주사파는 반(反)국가·반(反)헌법 세력이어서 당연히 협치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유튜버들이 종북 주사파 범위를 야당이나 야당 지지자 등으로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종북 주사파라는 표현은 종북 성향이 분명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운동권 정치’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운동권 출신들이었으니 운동권 정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식의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에 깊숙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정책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모습이 많이 나타났다. 좌파 이념을 가졌더라도 정교하게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아마추어적으로 설계하고 진행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권욱 기자


-북한의 3대 세습 체제인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의 성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일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독재 정권을 수립한 장본인이다. 모든 방면에서 우수한 인적자원을 갖고 세계 최악의 국가를 만들었다. 최악의 인권 상황을 초래한 독재를 했으면 경제라도 발전시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김정일은 김일성식 시스템을 더 악화시켰다. 김정은은 나쁜 전통을 가진 아버지·할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세습했으니 출발부터 잘못됐다. 하지만 망가진 것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할 것이다. 김정일 정권 때 말에만 그친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핵 무력 완성, 경제 발전, 무기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 무력을 어느 정도 완성했다. 무기의 고도화는 기술과 돈이 있어야 가능하니 핵심 과제는 경제 발전이다. 핵무기를 확보한 후 군사비를 줄여 경제 발전에 나서고 있다. 군수공장에서 농기계·건설기계·공작기계를 생산하라고 지시했고 병력도 지난해 20% 정도 감축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핵이라는 것은 일반 군사작전에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핵을 한 번 쓰면 완전히 지구상에서 없어질지도 모른다. 최근 전쟁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전투기·탱크·자주포 등이 낙후돼 있으면 전쟁을 정상적으로 하기 쉽지 않다. 러시아 무기가 세계의 놀림감이 되고 있는데 북한은 40년·50년 전에 만들어진 러시아 무기를 가졌고 기름이 없어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사일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시험을 하고 있다. 전술핵 실험을 제대로 한 적이 없어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높다. 북한의 도발에는 한미 군사훈련을 비난하고 향후 한미 훈련의 동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상대가 무서워하도록 굉장히 호전적이고 공격적이며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핵무기를 쓸 수 있는 집단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보인다. 그래야 북한을 침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은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고 문재인 정부와 대화 쇼를 벌이는 사이에 핵·미사일을 고도화한 뒤 최근 몰아치기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북한의 핵무기를 저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대응해 우리도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평양에 핵무기가 떨어져 수십만 주민이 죽는 것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죽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확장 억제 실효성을 높여 핵 균형을 유지하되 재래식무기의 압도적 우위를 지켜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북한은 늘 압도적으로 강한 우리의 재래식무기를 두려워했다.

-세계의 블록화, 신냉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자유·민주주의·인권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굳이 블록화에 앞장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런 가치가 중요하지만 결국 국제정치는 국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치를 중시하되 한발 물러서 국익을 중심으로 냉철하게 천천히 접근하는 외교를 펴야 할 것이다.

-북한 민주화·인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 인권이 세계 최악이다. 아프리카도 아니고 서울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처참하고 참혹한 일이 벌어지는데도 침묵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진심으로 이해하고 안타까워하고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세다.

-우리나라의 운동권 세력은 민주화 운동 시절 인권을 내세웠으나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운동권은 예전에도 지금도 인권을 많이 얘기한다. 하지만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아예 문제를 제기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과거 교조적 주사파 세력의 힘이 셌을 때는 그들과 척지기 싫어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 세력이 매우 줄었는데도 기존의 태도가 습관이 돼 모른 체하는 것 같다. ‘우파로 전향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 싫어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권을 중시한다면서 최악의 북한 인권 상황에 침묵한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일반인은 관련 뉴스·유튜브를 챙겨 보고 토론회나 시민 단체 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 문제를 뒤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좌파 정부는 물론 우파 정부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북한 인권 관련 법이 만들어진 지 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관련 재단이 출범하지 못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일반 국민도 관심을 갖는다. 언론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한다.

-향후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현재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북한 내부에 구멍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워낙 철저히 감시하기 때문에 간부들이 딴마음을 갖고 뭔가 하기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보면서 북한 인권·민주화에 힘쓰는 게 더 급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미래 세대로 내려가면 갈수록 북한이 같은 민족이라는, 하나의 국가로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약해진다. 젊은 세대에서는 아주 희미한 상황이다. 그런 것에 대해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인권 문제는 인류 보편적인 문제다. 통일과 상관없이 젊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해주면 좋겠다.

◆He is…

196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 마포고를 거쳐 1982년 서울대 공법학과에 진학해 1992년 졸업했다. 1980년대 중반 대학 재학 중 ‘강철서신’으로 주체사상 이론을 소개해 ‘주사파의 대부’로 불렸다. 밀입북해 김일성을 만나고 돌아와 지하당인 ‘민족민주혁명당’을 결성했지만 사상적 변화를 겪어 스스로 해체했다. 이후 중국에서 10여 년간 북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중국 당국에 구금돼 극심한 고문을 받고 추방됐다. 잡지 ‘시대정신’과 북한 전문 인터넷 신문 ‘데일리NK’를 창간했다. 현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김영환, 시대정신을 말하다’ ‘북한 급변 사태와 통일 전략’ ‘다시 강철로 살아’ ‘포스트 김정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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