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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조선 역사 고스란히…영화 '탄생', "가슴 뜨거워지는 영화" [SE★현장]

23일 영화 '탄생' 언론배급시사회 현장

윤시윤 "새 세상 꿈꿨던 200년 전 청년의 도전기"

박흥식 감독 "김대건 신부님이 자신을 드러내신 듯"

영화 '탄생' 스틸 / 사진 = 민영화사 제공




영화 ‘탄생’ 포스터


나무 널빤지로 이어 만든 초라한 작은 어선이 풍랑을 뚫고 서해를 마침내 가로지른다. 우여곡절 끝에 밟게 된 이국 땅에는 중국과 영국 군인들이 창을 겨누고 있었지만 선원들은 당당히 걸어나간다. 200년 전, 나라는 약했지만 백성은 강했던 조선시대 역사의 파고를 작은 어선과 그 안에 타고 있던 조선 청년 김대건의 모습에 투영해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그는 가슴이 뜨거운 모험가이자, 역사를 바꾼 개척자였다.

영화 '탄생'(감독 박흥식 / 제작 민영화사, 공동제작 가톨릭문화원) 언론배급시사회가 23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박흥식 감독과 함께 윤시윤, 이문식, 이호원, 송지연, 하경, 임현수, 박지훈 배우가 자리를 빛냈다.





영화는 중국을 통해 국내로 전해진 서양 사상이자 민중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종교로서 받아들여지게 된 천주교가 정치적 이유로 탄압을 받던 18세기 말 조선시대로부터 출발한다. 어린 김대건은 그의 가족과 함께 천주교도 박해를 피해 지금의 경기도 용인의 어느 산골에서 지내다 외국인 선교사인 모방 신부에게 천주교 세례를 받는다. 세례명은 안드레아, 그의 나이 15세 때의 일이었다.

천주교도라면 박해를 받던 당시 조선인들에게 그들을 이끌 목자인 천주교 사제의 존재는 꼭 필요했다. 어린 김대건은 꿈보다도 아득했던 조선인 사제로서의 숙명을 깨닫고 받아들인 뒤 최양업 토마스(이호원), 최방제 프란치스코(임현수)와 함께 가톨릭 신학생이 되어 해외 유학길에 오른다.

영화 '탄생'은 조선 최초의 사제이자 천주교 성인으로만 알고 있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일대기를 청년 모험가이자 개척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촘촘하게 담아낸다. 김대건을 중심으로 그가 대륙과 바다를 누비며 다양한 서양 사람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지식과 견문을 넓히며 마침내 목표를 이룬 뒤 끝끝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이들 곁으로 돌아오는 그 험난했던 여정을 함께 따라간다.





박흥식 감독은 "김대건 신부님은 (25세의 젊은 나이에 순교하기까지) 굉장히 짧게 사셨다, 처음에는 극영화로 만들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실제 그의 활동이 잘 조명되지 못하고 있었고 그 의미도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사람들이 알아야만 하는 역사적 의미가 보였다"라고 영화 기획 계기를 설명했다.

영화는 '천주교 역사'라는 정체성을 넘어 조선시대 후기 일대 사건들을 사실에 근거해 충실히 구현한다. 안성기, 이경영, 최무성, 신정근, 강말금, 차청화 등 베테랑 배우부터 연기파 청년 배우들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투입된 작품인데, 이들 중 가상의 인물은 송지연 배우가 연기한 '즈린'이란 캐릭터 단 한 명이었을 정도로 그 시기 시대상과 인물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가져다 놓았다.





배우들은 의미가 남다른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꼈다고 입 모아 말했다. 김대건 신부 역의 윤시윤은 "(중국어, 라틴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연기 분량도 참 많았고, 사계절 방방곡곡 안 다녀본 곳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워낙 자료가 많이 남아있어서 충실히 살려야 했고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라며 "잊지 못할 역할이었다"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김대건 신부를 이어 조선 두 번째 사제가 된 최양업 신부 역의 이호원 역시 "그분이 다양한 외국어로 주고받으셨던 편지들을 보면서 최양업이란 인물을 존경하게 됐고 그런 인물을 영화를 통해 만나게 돼 영광이었다"라고 소회를 말했다. 청년 김대건의 동료 신학생 최방제 역의 임현수도 "인물을 연구하면서 내적인 친밀감도 생겼다"라고 부연했다.



큰 함선을 앞세운 외세의 기싸움 사이에서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은 풍전등화였다. 김대건은 일찍이 서양 학문과 언어를 익히고 견문에 밝아 장차 나라에 큰 힘이 될 인재이기도 했다. 이를 천주교도들을 잡아들이는 좌포도대장 이응식(이경영)에서부터 어린 나위에 즉위한 헌종(남다름)까지 알아보지만 결국 김대건을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질문에는 배우들마다 다양한 장면이 거론됐다. 마부 조진철 역의 이문식은 유진길(안성기)과 정하상(김강우)이 감옥에서 순교하기 전 주고받는 대사를 꼽았고, 신도들의 전령인 김방지거 역의 하경은 내내 울음을 참아내다 아버지와 같은 현석문(윤경호)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무너지는 장면을 언급하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호원은 영화 초반 외국인 신부를 몰래 모시고 국경을 넘은 이문식이 관군의 눈을 따돌리기 위해 '노상방뇨'를 하는 장면을 꼽아 좌중을 웃게 했다. 이호원은 "김강우 선배님이 피하지 않고 쭉 맞으시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현수는 "콘티 상으로 모든 장면이 감동적이고 마음이 아팠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김대건 신부님이 바다 위에서 고난을 헤쳐나가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라며 라파엘 호 서해 횡단 장면을 특별히 꼽았다.

해당 장면은 영화 포스터에도 나와있을 만큼 영화 '탄생'의 핵심이 되는 중요 신이었다고. 윤시윤은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다"라며 "실제 배를 수조 세트에 띄워 2주 정도 촬영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파도가 한 번 치면 상투랑 의상이 다 날아가고, 심지어 옆에 있던 배우도 멀리 날아가기도 했다"면서 "지나고 보니 볼거리가 많아서 다행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윤시윤은 해상 신에 대한 나름의 해석도 덧붙였다. 그는 "라파엘 호를 타고 중국 땅에 입성할 때 그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라며 "200년 전 그 격정의 시대, 겉모습은 초라하지만 세상 밖으로 당당히 걸어나가는 조선인의 모습이 지금 우리나라의 토대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흥식 감독은 '탄생'이란 영화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박 감독은 "조선 최초 신부의 탄생이기도 하지만, 조선 근대의 탄생 순간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 근대의 시작을 내부의 눈이 아닌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라며 "영화를 깊이 볼수록 이해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자신했다.

지난 16일 로마 가톨릭 교황청에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특별 시사를 열기도 했던 박 감독과 윤시윤 등 배우들은 영화 '탄생'이 주는 의미에 대해 한마디씩 더 보탰다. 박흥식 감독은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2021년)을 맞아 우리가 신부님을 불러냈는데, 거꾸로 김대건 신부님이 우리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신 게 아닌가 생각해 봤다"면서 "김대건 신부님이 흘린 피와 희생 덕분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윤시윤은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200년 전 청년은 도전했고 실행했고 비전을 외쳤다, 그게 씨앗이 돼 꽃이 되고 향기가 됐다”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은 청년의 몫이고, 청년들이 (영화를 보고) 향기가 나는 때를 위해 도전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문식은 “대사 중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있다’라는 대사가 있다”면서 “가슴 뜨겁게 살고 있느냐 묻는 영화다, 가족들과 함께 가슴 뜨거워지는 순간을 느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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