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까지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성직자인 천주교 신부와 성공회 신부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전용기 추락을 염원했다. 이들의 저주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천주교와 성공회는 이들의 신부 활동을 정지시켰다. 친(親)더불어민주당 성향으로 시민 언론을 표방한 ‘민들레’와 ‘더탐사’는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명단을 유가족 동의 없이 공개했다. 사람들은 어이없어 했고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슬픔을 악용한 패륜이라거나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명단 공개를 요구했던 민주당은 법적 책임이 따른다고 하자 발을 뺐다. 하지만 이들은 추모의 시민 촛불을 들자며 윤 대통령 퇴진 시위를 벌였고 여기에 미성년 중고교생들까지 끌어들였다.
신뢰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궁극적 자산이다. 대화를 촉진하고 거래 관계를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신뢰가 낮은 나라는 사회 갈등이 많고, 경제발전은 더디며,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어렵다. 미신이 많은 아프리카, 율법이 엄격한 이슬람 국가, 전체주의인 사회주의국가가 그렇다. 하지만 신뢰가 높아도 자신이 속한 집단에 제한되고 외부에 대해 배타적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기 편과 상대 편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이 기독교 문화권이지만 천주교가 많은 남부 유럽은 갈등이 많고 발전이 지체되는 반면 개신교가 많은 북부 유럽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이유도 이러한 신뢰 차이에서 비롯된다.
어떤 나라든 신뢰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신뢰는 사람들의 관계를 촉진하는 사회적 자본이다. 교육이 사회적 자본의 축적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한계가 있기에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상호성의 원리에 입각한 규범을 제도화한다. 나아가 법치주의를 통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다. 거짓·혐오·선동 등으로 신뢰를 깨면 법에 따라 처벌한다. 언론중재위원회 분석에 의하면 독일은 혐오 표현을 형법의 대중선동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혐오 표현은 네트워크집행법으로 처벌한다. 유사한 입법으로 영국은 공공질서법, 일본은 헤이트스피치법이 있다. 다른 나라보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은 별도의 법률은 없지만 인권법과 차별금지법 등을 준용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타인에 대한 신뢰는 하위권이고, 사회 갈등은 상위권이다. 게다가 신뢰와 직결되는 사기는 전체 범죄의 20%에 가까울 정도로 제일 많고, 2013년에는 사기범죄발생지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사기 범죄가 지능적으로 변하고 금융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하지만 법 제도의 허점으로 처벌은 가볍고 피해 구제는 어렵다. 또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과 경찰은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데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결국 신뢰를 악용한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르지 않아 범죄가 더 기승을 부리고, 사회 전반의 신뢰가 떨어진 것이다.
범죄에 이르지 않지만 신뢰를 파괴하는 비윤리적 행위도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언론에 대한 신뢰가 관련 국제기구의 평가에 의하면 조사 대상 세계 40개국 중 최하위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이 언론이고, 선출되지도 책임지지도 않으며 교체될 수도 없고, 그들이 아니라고 하면 진실도 거짓이라 했다. 이것은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 시민단체는 더 심각하다. 정치인이나 언론과 손잡아 표현의 자유를 이용해 권력을 키우고, SNS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선전과 선동을 하며, 처벌을 피하려고 정치 쟁점화시키며 여론전을 펴고, 지지자를 동원해 시위도 벌인다. 정치 시민단체는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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