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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상징' 아닌데…고향 '깃발' 압수당한 관광객 왜?

카타르 경찰이 브라질 관광객이 소지 중이던 브라질 페르남부쿠주 깃발을 빼앗아 들고 있다. 로이터통신 캡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를 찾은 브라질 관광객들이 자신의 고향을 상징하는 깃발을 들었다가 현지 당국으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관광객들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2대1로 격파한 루사일 스타디움 앞에서 해당 깃발을 압수당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관광객들이 소지 중이던 깃발에 그려진 무지개 모양을 보고 성소수자(LGBTQ)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프라이드 플래그)로 오인했다. 카타르에서 동성애는 불법이며 최대 징역 7년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당국자들의 생각과 달리 당시 관광객들이 들고 있던 것은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주(州)의 깃발이었다. 페르남부쿠주 깃발에는 무지개와 붉은색 십자가, 태양과 별 등이 그려져 있다.

이 깃발은 페르남부쿠주가 포르투갈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1817년부터 사용됐다. 깃발에 그려진 무지개는 평화·우정·새로운 결합을 상징하는 빨간색?노란색?흰색이었으나 1917년부터 모든 페르남부쿠인의 연합을 의미하는 현재와 같은 색으로 바뀌었다.

이 사건이 벌어졌을 때 브라질 기자 빅터 페레이라도 관광객들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이라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관광객들과 함께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을 때 흰색 전통 의상을 입은 남성이 다가왔고 이후 경찰이 개입했다고 말했다.

한 카타르인 남성이 브라질 기자 빅터 페레이라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몸 뒤로 감추고 있다. 로이터통신 캡처




페레이라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흰 옷을 입은 남성은 깃발을 가져가 땅으로 내던지더니 쿵쿵 밟기 시작했다”며 “나는 휴대전화로 당시 상황을 촬영했지만 그는 내 휴대전화를 가져가 영상을 삭제하면 돌려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착한 경찰은 그 남성으로부터 내 휴대전화를 건네받더니 영상을 지우라고 명령했다”며 “휴대전화를 업무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페르남부쿠 주지사 파울로 카마라는 트위터를 통해 페레이라와의 연대를 표명했다. 카마라 주지사는 “페레이라는 월드컵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현지 당국에 페르남부쿠 깃발을 압수당했다”며 “그들은 우리 깃발이 상징하는 자유, 다양성, 통합을 자세히 봤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가치는 세계 곳곳에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와 정부 미디어 사무소 측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카타르는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인권 침해와 관련해 비판을 받아왔다. 이를 규탄하는 의미로 잉글랜드·독일·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스위스·웨일스 유럽 7개국 주장들은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과 ‘원 러브(One Love)’가 적힌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설 계획이었다.

축구 선수가 무지개 완장을 차고 경기를 치르는 캠페인은 네덜란드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 앞서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7개 팀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고를 받고 착용을 포기했다. 대신 피파가 제안한 ‘차별 반대(No Discrimination)’ 완장을 착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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