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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난 위기대응 '최고 수준' 심각 검토…협상 열어놓고 강경책 고수

[화물연대 총파업…대응 수위 높이는 정부]

내달 2일 철도노조 총파업에

다음날은 노동자대회도 겹쳐

경찰 등 조기 투입 가능성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인 25일 부산항만 야드에서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정부가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 장기화를 막기 위해 육상 화물 위기 대응을 현재 ‘경계’ 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심각 단계가 되면 집단 운송 거부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요건이 충족된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로 전국 물류망이 마비되고 산업계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경찰 등 공권력 투입에 앞서 최고 수준의 행정권을 먼저 행사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정부가 현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처럼 노조에 끌려다니다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태가 더 악화되면 경찰 등 공권력 조기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디데이(D-day)’는 다음 주 국무회의가 열리는 29일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 주 초에도 집단 운송 거부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말인 다음 달 3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와 민중대회로 총파업의 동력이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 같은 육상 화물 분야 위기를 4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로 대응해왔다. 관심과 주의는 총파업 돌입 직전 단계, 경계와 심각은 총파업 돌입 후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 단계는 ‘경계’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심각’ 단계가 적용된 전례가 없다. 정부는 올해 6월 8일 동안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2조 원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했지만 경계 단계에서 대응하는 데 그쳤다. 2009년 화물연대 총파업 때도 정부는 심각 단계 격상을 검토만 했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은 6월 총파업 당시와는 달리 전국철도노조의 다음 달 2일 총파업이 겹치면서 심각 단계가 될 가능성이 이례적으로 높아졌다. 심각 단계 판단 기준 중 하나인 철도노조 등의 연대 투쟁 전개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와 철도노조 상급인 공공운수노조는 다음 달 2일까지 대정부 공동 파업을 예고했다.

특히 심각 대응 단계가 되면 정부의 대응 범위는 ‘부분 조치’에서 ‘전면 대응’으로 수위가 높아진다. 우선 행정안전부가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 총파업 공동 대응 부처가 될 수 있다. 대응 체계상 행안부 장관이 본부장이 되는 대응 본부가 별도로 구성될 수 있다. 국토부 2차관이 맡던 비상대책본부장도 단계를 높여 국토부 장관이 맡는다. 이 경우 화물연대와 정부의 협상이 더 어려워지는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그동안 화물연대 총파업 협상은 국토부가 전담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총파업 전후 국토부와 파업 철회를 위한 공식적인 실무회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는 협상 부처가 아니라 공권력을 투입해 불법행위에 대응하는 부처로서 국토부와 성격이 다르다. 화물연대는 법정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노사 갈등을 중재하던 고용노동부의 역할도 이번 사태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심각 단계로 격상되기 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업무개시명령을 상정·의결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은 당사자가 거부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하나가 돼 위기 극복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무기한 집단운송 거부에 돌입했다”며 “무책임한 운송 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이번 동투(冬鬪)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해결되더라도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엄정 대응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급식·돌봄 종사자가 주축이 된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예고했던 총파업을 열었다. 파업 참여 규모는 주최 측 추산 8만여 명이다. 이들은 내년 새 학기 파업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30일에는 서울지하철노조 파업, 다음 달 2일에는 철도노조 파업이 예정돼 있다. 당초 이날까지 파업을 하려던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노조는 파업 기한을 무기한으로 변경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3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한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정부와 국회 압박 수위를 연말까지 높인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입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과 근로시간제도 손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등 노동개혁 정책도 노동 개악이라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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