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예측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가 안 될 것으로 어둡게 보고 있다. KDI는 1.8%로 전망했고 국내외 민간 경제 연구소들도 대부분 1% 후반 경제성장률을 예측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 후반일 게 확실한 상황에서 1% 후반 경제성장률이라면 절반 가까이 깎이는 것이다. 1980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2%에 못 미쳤던 해는 IMF 위기였던 1997년(?7.0%),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그리고 코로나19 위기가 있었던 2020년(?0.7%) 등 세 번이었다. 역대급 경제 침체라는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내년 실물경제는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훨씬 어두운 위기가 될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무엇보다도 물량 개념이다. 많이 생산하는 만큼 경제성장률은 올라가지만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 발생하는 경영 어려움은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100개 생산에서 120개 생산으로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은 20%다. 그렇지만 가격이 1000원에서 800원으로 하락하면 매출은 100만 원에서 96만 원으로 줄어 경영이 매우 어려워지는 것은 반영하지 못한다. 둘째, 외국계 기업이나 거주 외국인들의 국내 경제활동이 전부 국내 경제성장으로 잡히는 문제가 있다. 외국인 지분이 50%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절반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으로 잡힌다. 셋째, 경제성장률은 팔리지 않고 쌓여있는 재고도 모두 성장(투자)으로 간주하는 문제점이 있다. 재고만큼 경제성장률이 과장돼 나타난다는 말이다. 끝으로 경제성장률 통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노점상이나 영세상과 같은 최하층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대부분 포착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경제성장보다 좋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1% 후반의 경제성장률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중하위 계층은 실제로 마이너스 성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외에 경제성장률에는 잡히지 않는 거대한 충격들이 더 있다.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소득 감소와 금리 상승이 안겨다주는 이자 부담의 충격, 그리고 집값 하락과 주가 하락이 주는 빈곤감은 대부분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짓누를 것이 분명하다. 연봉 7000만 원인 가정은 5% 인플레이션으로 연간 약 350만 원이 뜯기는 셈인데 연간 국가 전체의 임금 소득을 1000조 원이라고 보면 5% 인플레이션으로 날아가는 실질소득만 50조 원이 된다. 1900조 원인 가계부채의 대출이자율이 2%만 올라간다고 쳐도 이자 부담은 약 40조 원 늘어난다. 그 위에 집값이 5% 하락한다면 국가 전체 부동산 가치 약 6000조 원에서 300조 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여기에 주식 가치가 금년에 약 20% 손실을 본 데 더해 내년에 10% 더 하락한다고 치면 약 200조 원이 추가적으로 소멸된다. 결국 경제성장률이 역대급으로 낮은 1% 후반이라는 것 외에도 일반 국민들은 엄청난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경제 고통은 대부분 중하층 계층에 집중적으로 쏠리게 돼 있다. 이들은 모아놓은 돈도 없고 신용도가 낮아서 돈을 빌릴 수도 없으며 일자리도 신통치 않은 데다 처분할 재산도 변변치 못하다. 이런 중산층 이하 계층은 전체 인구의 70%는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이 2023년에 겪을 경제적 고통, 즉 인플레이션과 실질소득 삭감, 일자리 상실, 주식과 주택의 재산 가치 하락을 돈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것이다.
2023년 경제성장률은 물론 소득이나 일자리나 자산 손실 충격이 역대급이라면 정책 당국은 당연히 초비상적인 예산 계획을 수립해 피해 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보살피는 대책들을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특히 중산층의 경제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2024년 초에 있을 총선거에서 집권당 패배는 거의 확실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임기 내내 정책다운 정책을 펴보지 못하는 정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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