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에 이어 슬리퍼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MBC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언론 소통의 상징이던 도어스테핑을 21일부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때문에 더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불미스러운 사태는 18일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대통령실 출입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의 언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MBC 기자는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돌아서는 대통령을 향해 질문을 쏟아냈고 비서관이 이를 문제삼으면서 언쟁이 오갔다. 언쟁이 화제가 되면서 해당 기자의 차림새도 덩달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슬리퍼를 신은채 팔짱을 끼고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이 무례하다는 이유에서다.
26일 빅데이터 분석기관 스피치로그에 따르면 18~25일 사이 언론 보도와 SNS의 주요 검색 키워드 순위에서 ‘MBC’가 급등하며 상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날짜별로 살펴보면 대통령실이 도어스테핑 중단을 공식화한 21일 키워드 MBC 언급량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MBC와 대통령실 사이의 갈등이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귀결되면서 네티즌들의 이목을 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영·미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때부터 MBC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MBC가 악의적 보도로 순방 성과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갈등이 이어지면서 대통령실은 10일 동남아시아 순방에서는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겠다고 통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후 MBC 기자가 18일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에게 거세게 질문을 퍼부으면서 도어스테핑이 중단됐다.
일련의 논란에 여론도 팽팽히 갈린 것으로 드러났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21~22일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신뢰구간에서 ±3.1%p)에 따르면 응답자의 50.5%(매우 부적절 32.9%, 부적절 17.6%)는 MBC 기자의 질문 태도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40.5%(매우 잘함 22.2%, 잘함 18.3%)는 잘 한 행동이라는 입장이었다. 지지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85.9%는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답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65.3%는 “잘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도어스테핑 중단에 대한 여론도 반반으로 갈렸다. 한국갤럽이 22~24일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구간에서 ±3.1%p)에 따르면 응답자의 40%는 도어스테핑이 계속돼야 한다고 답했다. 도어스테핑을 중단해야 한다는 반응은 43%였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17%였다. 위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SNS상 텍스트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서비스 ‘썸트렌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됐다.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의 언쟁이 있었던 18일 이후 일주일째 SNS상에서 키워드 MBC 언급량은 윤 대통령 언급량보다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MBC 언급량은 대통령 탑승기 불허 논란이 불거졌던 10일(MBC 9만 1590건 vs 윤석열 6만 2185건) 급증하며 윤 대통령을 넘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11월 4주차 키워드 MBC에 대한 긍·부정 연관어 상위권에도 새로운 단어들이 대거 진입했다. ‘노골적’·‘공포’·‘무례하다’·‘난동’과 같이 MBC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드러나는 연관어 뿐 아니라 ‘멋지다’· ‘억압하다’와 같이 MBC를 옹호하는 연관어들이 대표적이다. ‘억압하다’는 MBC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언급된 것으로 풀이된다. 긍·부정 연관어 ‘응원’·‘응원하다’는 지난주에 이어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다소 순위가 떨어졌다.
긍·부정 연관어 순위가 급변한 것은 MBC 기자의 복장 논란 때문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도 공방에 가세하면서 여론의 관심이 더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에 대해 “(도어스테핑 당시 MBC 기자의 옷차림은)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라며 “제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하던 시절에는 모든 출입기자들이 넥타이도 갖추고 정자세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터뷰가 끝났는데 대통령 등 뒤에 대고 소리를 지른 것은 반드시 문제 삼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이) 대통령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며 “(언론 소통에 대한) 대통령의 진심과 노력을 몰상식의 빌미로 악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실의 대응이 과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슬리퍼를 문제 삼는 것은) 좁쌀 대응”이라며 “대통령실이 갈등을 만들면 국민이 불안하다. ‘1호 국민’인 기자들과 소통하라”고 주문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은 “언론 탄압보다 기자가 슬리퍼 신은 것이 더 큰 문제냐”며 “치졸한 꼬투리 잡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역시 “대통령이 스스로 불통의 벽으로 들어갔다”며 “신발을 던진 것도 아니고 신었는데 왜 문제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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