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점령해온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서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국영기업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사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단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언론에서도 자포리자 원전을 그대로 두거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제권을 넘겨야 한다는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미 자포리자 원전에 상주 사찰단을 보낸 IAEA는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코틴 사장은 “러시아군은 짐을 싸면서 무엇이든 훔쳐 가려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원전 단지를 떠난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분명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일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 3월 러시아군에 점령된 이후 포격이 잇따르면서 방사성물질 유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상대방이 포격의 배후라며 ‘네 탓 공방’을 이어오는 상황이다.
핵사고 위험이 커지자 IAEA는 원전 일대를 비무장 보호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도 IAEA 인근에 10여 차례의 포격이 확인되자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심각한 핵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다음에는 운이 좋지 않을지 모른다”고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간 비무장 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러시아 측의 태도도 최근 들어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보호구역 설정이) 매우 빨리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IAEA의 제안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위협이 본격화하자 입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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