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르고 치솟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다는 진단이 속속 나오고 있다. 주요국의 생산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등 각종 경기 선행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각국의 금리 인상이 내년 여름께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 시간) 복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인용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 잰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무디스가 집계한 10월 글로벌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12.1%로 사상 최고치를 보인 데 대해 “이 수치가 정점일 것”이라며 “물가 압력과 공급망 병목 완화는 곧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생산자물가, 원자재 가격, 해운 운임 등 주요 경기 선행지표들도 최근 일제히 상승세가 낮아지는 추세다. 올 하반기 들어 브라질·태국·칠레 등 신흥국에서는 CPI 상승률이 꺾였고 미국·영국·스페인·덴마크 등 선진국에서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꾸준히 둔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0월 PPI가 전월 대비 4.2% 하락해 1948년 이후 최대 낙폭(월간 기준)을 기록했다.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가격은 이달 25일 ㎿h당 125유로로 올해 8월의 최고점(311유로)보다 59.8%나 빠진 상태다.
이에 따라 각국의 금리 인상도 내년 여름이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노무라증권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BoE)이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폭을 줄이다가 내년 여름 전후에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도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캐서린 네이스 PGIM채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주요 선진국의 목표치인 2% 수준까지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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