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월드컵 축구팀이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하자 정부 당국이 선수단 가족들에 대한 투옥 및 고문 협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선수들에게 귀국 후 처벌 가능성을 경고한 데 이어 가족까지 볼모 삼으며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CNN은 28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29일 미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시합 전 국가를 부르지 않거나 정치적 시위에 동참할 경우 이들의 가족이 투옥되거나 고문을 받게 될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란 선수단은 21일에 잉글랜드와의 개막전에서 국가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어깨동무를 한 채 침묵을 유지한 뒤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게 불려가 강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웨일스와의 2차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소극적으로 국가를 제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정부는 1차전을 앞두고 축구팀에게 큰 보상과 자동차 선물 등을 약속했지만, 국가 제창 거부의 수모를 겪자 곧바로 선수와 그 가족들에게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카타르 월드컵 현장에서는 이들을 향한 지지가 잇따르고 있지만, 고국으로 돌아가면 반정부 행위자로 분류돼 징역은 물론 최악의 경우 처형 가능성까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IRGC 소속 보안요원 10여 명이 선수들을 감시하기 위해 현장에 배치돼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축구팀은 외부인과의 접촉이 금지된 상태다.
이란에서는 앞서 9월에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20대 여성이 도덕 경찰에 구금된 뒤 의문사하며 시작한 반정부 시위가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외신은 이번 시위가 1979년 이란 혁명(신권 정치 체제 시작) 이후 정권이 40년 만에 마주한 최대 규모의 반발이자 위협이라고 평가한다.
한편 이날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가혹 진압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결성된 유엔 진상조사단과 “어떤 형태의 협력도 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무력 진압으로 최소 300명이 사망하고 1만 400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한 유엔 인권이사회는 25일 특별회의를 열고 진상조사단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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