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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이 처절하고 잔인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려냈다.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들, 흔적 없이 사라진 힘없는 이들의 얼굴이 잔상을 남긴다.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크리스마스 캐럴’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배우 박진영, 김영민, 김동휘, 송건희, 허동원과 김성수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크리스마스 아침, 쌍둥이 동생 월우(박진영)가 죽은 후 복수를 위해 스스로 소년원에 들어간 형 일우(박진영)가 소년원 패거리와 잔혹한 대결을 펼치는 액션 스릴러다. 주원규 작가의 동명의 장편소설이 원작인 작품은 높은 수위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김성수 감독은 부조리와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묵직하게 전달했다. 김 감독은 “원작 책을 보고 자기 통제가 안 될 정도로 분노가 넘치는 얼굴과 웃고 싶지 않은데 웃는 얼굴들이 기억이 났다. 이 사회에서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좋은 선택지를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사회 속에 있는 얼굴들에 대해 관객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제목부터 아이러니함의 연속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단어 자체로 행복하고 따뜻한 날을 떠올리게 되지만, 작품 속 캐릭터들에게는 가장 잔인한 날이다. 김 감독은 “원작 소설부터 주어진 상황이었다. 소설을 보고 고민한 것은 왜 하필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였다”며 “예수의 탄생과 죽음의 날이 아이러니하게 같이 있는 게 독특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극한의 상황에서 신을 찾고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이 있지만, 사실상 그런 순간에 우리는 도움을 못 받는 일이 있지 않나. 그랬을 때 과연 우리가 갖고 있는 믿음이라는 것은 무엇일지, 신이 우리를 돕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외피는 복수극이지만 보면 볼수록 소외된 자들에 대한 생각할 거리가 터져 나온다. 김 감독이 의도한 바다. 그는 “일우는 시간이 가면서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에 부딪히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된다. 역설적으로 일우에게 복수를 못하게 하는 기제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수를 한다고 해서 이 소년에게 통쾌한 결말이 올 것인지도 고민했다. 최선의 판단은 완전한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 소년이 이후에도 조금이라도 살아봐라는 마음이었다”며 “장르적인 실험보다는 복수할 힘조차 없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던지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박진영은 ‘크리스마스 캐럴’로 제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전작인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2’를 통해 보여준 스위트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쌍둥이 형제 1인 2역에 도전해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주는가 하면, 삭발을 하고 독기에 가득 찬 눈빛으로 스크린을 서늘한 분위기로 꽉 채웠다. 그는 “일우와 월우가 뚜렷하게 대척점이 있는 인물이다 보니 관객들이 나의 모습을 통해 일우와 월우를 봐주시는 게 목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하다 보니 내가 대본에 있는 캐릭터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는지 불안이 있었다”고 1인 2역의 고충을 털어놨다.
박진영은 동생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으로 똘똘 뭉친 일우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몸을 내던진 리얼 액션은 작품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김 감독은 “멋스러운 액션을 찍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폭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장면들이 통쾌한 것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불편한 감정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오랫동안 액션신을 위해 준비하거나 그렇지 않고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박진영 역시 “감정이 우선이었다”며 “행위는 남과 다투고 싸우고 있지만 목표 지점이 있지 않나. 일우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상황이라 끝까지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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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은 작품에 반전을 담당했다. 그가 연기한 순우는 일우의 조력자가 된 상담교사로, 악랄한 인간들로 가득한 소년원에서 유일하게 선한 인물이다. 작품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김영민의 연기는 숨을 턱 막히게 한다. 김영민은 “순우는 선한 사람이 갖고 있는 이면들이 포인트”라며 “감독님과 현장에서 마지막 촬영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어떻게 표현돼야 할지, 숨겨야할 것인가 드러내야할 것인가 선을 탔다”고 돌아봤다.
월우의 죽음을 둘러싼 인물들은 모두 얼굴의 양면이 드러난다. 김동휘는 비밀을 숨긴 채 소년원 패거리의 일원이 된 환을 연기하며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는 “환은 복수와 침묵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중간에 끼인 인물”이라며 “친구를 괴롭힌 친구들에게 붙어 있지 않나. 그런 내면을 신경 썼다”고 말했다.
송건희가 맡은 자훈 역은 부모의 배경만 믿고 무자비한 일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자신에게 복수하러 소년원에 온 일우를 없애려고 한다. 송건희는 “자훈은 악랄하고 이기적인 인물”이라며 “외형적인 모습은 최대한 날카로웠으면 해서 체중 감량을 했다. 자훈이 생각하는 것들을 믿고 하는 작업들을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교정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폭력으로 응징하는 희상 역의 허동원은 작품에 위압감을 줬다. 그는 “악인이라기 보다 그가 갖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 할 수 있는 행동들에 고민했다. 거기에서 약간 비틀리게 나타내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악인이 아닌가 했다”고 연기 포인트를 설명했다.
풍요로운 투자를 받지 못했다는 김 감독은 대신 배우들에게 집중하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 폭력의 온상을 비추는 작품에서 적나라하고 날것의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들을 찾는 것도 힘들었다. 김 감독은 “박진영은 너무 큰 도전이다. 두 가지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배우들에게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의외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줬다”고 만족해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관심을 가진 배우들이었다. 나름대로 기준이 있는데 물론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과 연기하는 게 행복한 일이지만 사람 자체를 본다”며 “대화를 나눴을 때 본인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는 분들과 연기하고 싶다. 인간적으로도 너무 흥미롭고 좋은 분들이라 같이 작업하게 됐다”고 했다.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게 하는 가슴 아린 작품에 김 감독과 배우들은 진심을 다했다. 박진영은 “내용이나 스토리는 따뜻하지 않지만 죄 없는 아이들에 대한 마음은 따뜻하게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 우린 진심으로 만들었다”며 “스토리는 마음이 아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만들었다. 그 마음 예쁘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오는 12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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