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에만 코너킥을 7개 찼지만 단 1개의 유효 슈팅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쥐고 좋은 흐름을 탔음에도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세트피스 기회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트피스는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달성했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도 세트피스로 4골(총 6골)을 넣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은 ‘카잔의 기적’도 손흥민의 코너킥으로부터 시작됐다.
흐름을 빼앗겼을 때 분위기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것도 세트피스의 힘이다. 한국에 통한의 2 대 3 패배를 안긴 가나가 좋은 본보기다. 경기 초반 한국이 매섭게 몰아친 공격에 뒤로 물러서기만 했던 가나는 전반 24분 프리킥 상황에서 모하메드 살리수(사우샘프턴)의 골이 터지면서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반면 한국은 수많은 세트피스 기회를 놓쳤다. 경기 중 12개의 코너킥과 10개의 프리킥을 시도했으나 득점과 가까운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한국은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도 우루과이(13개)보다 많은 14개의 세트피스(코너킥 4개·프리킥 10개)를 시도했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세트피스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회 전까지 최종 엔트리 승선이 불투명했던 이강인(마요르카)이 후반 교체 투입 후 세트피스를 전담한 것만 봐도 준비가 완벽했다고 볼 수 없는 부분이다. 1998년 프랑스 대회에 출전했던 서울경제 월드컵 자문위원 고종수 전 감독은 “조별리그 두 경기 모두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며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전술을 더 준비해야 한다. 상대 수비 진영을 흩트려 놓을 수 있는 전술이 한두 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단계 우위에 있는 포르투갈을 상대로는 더 정교하게 세트피스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상대가 경기 주도권을 잡을 확률이 높기에 한국의 공격 찬스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가나가 그랬던 것처럼 세트피스 한 방을 노린다면 포르투갈도 결코 꺾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을 무릎 꿇린 박지성의 결승 골도 세트피스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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