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의 본래 의미는 한집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다. 식구라는 단어가 무색해져버린 이혼 직전 중년 부부의 소원해진 관계는 회복될 수 있을까. 가족과 음식의 상관관계를 따스하게 다룬 작품이 추운 겨울 시청자들의 마음에 어떤 위로를 건넬지 주목된다.
29일 오후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극본/감독 이호재)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배우 한석규, 김서형, 진호은과 이호재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툴지만 정성 가득한 음식 만들기에 나선 남편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강창래 작가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영화 ‘작전’, ‘로봇, 소리’의 이호재 감독이 극본, 연출을 맡았다. 한석규, 김서형이 부부로 열연을 펼치고 신예 진호은이 아들 역으로 합류했다.
한석규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긴듯하지만 제목에서 주는 뉘앙스가 작품의 주제를 잘 담았다”라고 답했다. 그는 “내용적인 면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사랑 이야기에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줄어든 느낌이었다, 남편과 아내의 사랑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살면서 사랑하는 데서 중요한 게 음식인데, 음식으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들까지 세 가지가 다 담긴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김서형과 진호은도 제목에 먼저 끌렸다고 답했다. 김서형은 “‘제목을 이렇게 지을 수 있구나’ 하는 호기심에 시나리오를 열어봤는데 작품이 주는 힘이 좋았다, 한석규 선배가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제 또 선배와 상대 배우로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오디션으로 작품에 합류한 진호은은 “제목이 풍기는 힘이 컸고, 작품이 좋아서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면서 “오디션 때 감독님에게 ‘부모님과 함께 하는 장면이 많은데 배우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두 선배들이라고 해서 ‘저 시켜주세요’라고 어필했다”라고 부연했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영화를 주로 작업해온 이호재 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작이다. 이 감독은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다르다면 다른 포맷인데 다양한 경험을 가진 배우들과 함께해서 촬영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라고 첫 드라마 연출 소감을 말했다.
원작과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원작 에세이는 처음에는 담담한 레시피 그 자체인데, 계속 읽어가면서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감정과 인생의 한 챕터가 느껴졌다, 젖어드는 듯이 오는 감동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서형은 “굳이 차별점이라면 몇몇 요리는 원작에 없는 요리를 썼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과 넣어보고 싶은 요리를 넣어 비교해 보면 좋을 것 같다”면서 “원작을 충실히 따라가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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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는 아내를 위해 요리에 도전하는 창욱 역을 맡아 다양한 요리를 소화했다. 한석규는 “실제 요리 실력은 수우미양가로 표현하면 ‘우’ 정도는 할 것”이라며 “4남매 중 막내여서 어머니 옆에서 요리도 하고, 혼자 지낸 시간 동안 직접 요리를 해봐서 요리 도구에 익숙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일 깎기에 자신 있고, 음식물 쓰레기 적게 배출하는 법도 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특히 중국 음식을 요리했던 기억이 남았다고 답했다. 그는 “조리기구 중 웍을 다뤄야 했는데 생소했지만 다행히 요리를 못하는 캐릭터여서 부담을 덜었다”면서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칼질인데 단기간에 연습이 안 된다, 다행히 십수 년 이상 칼질을 해와서 도움이 됐다”라고 미소 지었다.
김서형은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 다정 역으로 그간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김서형은 “다정 역할을 위해 특별히 변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상대 배우가 한석규 선배이기 때문에 누가 되고 싶지 않았고 최대한 같이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한석규는 “김서형과는 ‘베를린’ 때 짧게나마 대화한 기억이 있다, 세련되고 날이 선 역할을 많이 기억하지만 ‘봄’에서 김서형의 다른 면을 인상 깊게 봤다”라며 “차분하고 고전적이면서 동양적인 작품에서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라며 "평범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좋은 앙상블을 이룰 수 있겠다고 예감했다”라고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배우들은 촬영 중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도 이날 공개했다. 이 감독은 “음식을 잘 못 먹는단 설정이라서, 복스럽게 많이 먹는 장면이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라면서 “대신 한 입이 참 소중했다, 한 입을 어떻게 소중하게 먹느냐로 승부를 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정은 한 입 먹는 게 소중한 캐릭터인데 삼겹살 한 점 먹는 날이 가장 호화로웠던 에피소드다”라면서 “삼겹살을 좋아해서 그날 진호은과 함께 먹고 갔다”라고 이야기했다.
한석규는 “이호재 감독이 마지막 음식을 고를 기회를 줬다"라고 밝혔다. 그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때 사진관의 이름 ‘초원’을 내가 제안했었는데 (그만큼) 고마운 제안이었다”라며 “만둣국 얘기도 했었는데 다른 게 없을까 하다가 추억의 음식인 김치밥을 제안해 마지막 음식으로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12부작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에피소드로는 ‘대패삼겹살’을 꼽았다. 이 감독은 “원작에서 ‘무항생제 대패삼겹살의 기찬 효능’이라는 챕터가 있다, 책의 중간이기도 하고 그때부터 사람이 무너지게 만드는 포인트”라며 “거기까지 잘 따라와 준다면 슬프면서도 웃음이 묻어나는 에피소드가 될 거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진호은도 “대패삼겹살 에피소드가 가장 크게 와닿았던 클라이맥스였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한석규는 “요즘은 뜨거운 이야기들은 많지만 따뜻한 소재는 드물다, 시간이 흘러도 오래도록 기억되는 드라마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김서형은 “가족들과 함께 미소 지으며 각자의 자리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며 많은 시청을 당부했다. 진호은은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일상이 다이내믹하듯이 큰 힘과 울림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한석규가 한석규 했고, 김서형이 김서형 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앙상블을 주의 깊게 봐 달라”라며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오는 1일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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