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둘째 딸 김주애를 전격 공개하면서 북한 백두혈통 김씨 일가의 4대 세습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교가에서는 김주애의 후계자 내정설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데, 김주애 또는 김 위원장의 첫째 아들이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미 김주애로 후계자가 결정이 됐고 앞으로 아마 웬만한 데는 다 데리고 다니면서 훈련을 시킬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김주애를 지칭하는 북한 관영언론의 호칭이 '사랑하는 자제분'에서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바뀐 점을 언급, "옛날식으로 표현한다면 사실상 세자로 내정이 됐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발사 현장에 김주애를 데리고 나온 데 대해서는 "ICBM을 물려주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나이 많은 장군들이 10살짜리한테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북한 인민들한테 '그런 줄 알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달 18일 김 위원장의 화성 17형 발사 지도 현장에 동행한 김주애가 군복을 입은 지휘관과 악수하는 장면을 공개했는데, 당시 지휘관은 상체를 약간 숙이며 공손하게 손을 내민 반면 김주애는 꼿꼿한 자세를 유지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앞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김정은이 '가장 사랑하는 자제' 김주애를 벌써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센터장은 "김주애는 앞으로도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가끔 모습을 드러내면서 후계수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김주애 공개에 대해 "후계구도까지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후계구도로 갈 때 후계자를 대단히 우상화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도 미성년 때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을 공개할 때 주민들한테 어떻게 얘기했느냐 하면 '일반 인간이 아니다. 벌써 3살 때 총을 쏴서 맞히고 자동차를 운전했다'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아마 김정은한테 아들이 있다면 아들을 공개하는 작업을 할 때는 대단히 우상화하는 선전으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역시 북한의 김주애 공개에 대해 "후계 구도와 관계가 없다"며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속성을 이해한다면 김주애로의 후계해석은 권력의 몰이해를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양 총장은 김주애의 연이은 등장에 대해 "핵무력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며 "핵무력만이 자식들을 지킬 수 있고, 나아가 북한의 미래세대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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