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채가 38경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이 너나 할 것 없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차입 비용이 자칫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으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3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를 인용, 10월 말 기준 전 세계 기업과 정부·가계의 부채 총합은 290조6000억달러(약 38경3300조원)로 10년 전인 2012년(211조4000억달러) 대비 37% 가량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2년 57조달러였던 정부 부채는 66조9000억달러로 늘어났고, 기업과 가계 빚도 10조달러에서 많게는 30조달러까지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최근 10년 간 지속했던 저금리 기조를 꼽았다.
글로벌 부채 규모는 팬데믹 기간이었던 올 초보다는 감소해 증가율은 둔화했다. 문제는 지금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포함 각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높이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부채 총액 가운데 상당수가 (팬데믹 등으로) 금리가 낮을 때 대출 등을 통해 발생한 것인 만큼 갑자기 ‘빚 폭탄’이 터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그러나 언제든 취약점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감세 논란’으로 국가 부채 위기를 맞았던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커졌던 재정 위기 재연 우려 등 사례가 이와 관련이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신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하게 금리를 끌어올리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이들 국가가 글로벌 금융 위기의 취약점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내년이면 정부의 부채 이자 지급액이 GDP 대비 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외채 비율이 높은 신흥국들도 금리 인상과 차입 비용 급증에 따라 크게 압박 받고 있다. 한국과 중국, 캐나다·말레이시아·태국 등 부동산과 관련된 가계 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들도 ‘위험 지대’로 꼽힌다. 특히 중국의 경우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부동산 업계의 디폴트가 속출하며 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10월 발생한 한국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짚었다.
기업 역시 위험 지대다.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내년 기업의 ‘투기 등급’ 부채 연체율이 올해의 2배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즈도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디폴트가 벌어질 확률이 지난 50년래 최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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