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8일 취임 후 첫 외교정책 연설에서 “무역을 통해 중국의 정치·사회적 개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했다”며 “중국과의 ‘황금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어 중국은 영국의 가치와 이익에 체계적인 도전을 가하고 있다며 “미사여구가 아닌 굳건한 실용주의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연설 후 하루 만에 영국 정부는 약 200억 파운드(약 32조 원) 규모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서 중국 국영기업을 배제하기로 했다. 영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영국의 대중 수출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기준 약 57조 원에 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중국이 권위주의 체제를 강화하자 탈(脫)중국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도 최근 “유럽은 반도체 등에서 중국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중 대중국 비중은 23.2%에 달한다. 그러잖아도 성장률 둔화에다 강압 통치에 대한 반발 확산 등으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통제에 저항하는 ‘백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조짐을 보이면서 ‘제2의 톈안먼’ 사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해외 자본의 중국 이탈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도 중국 경제 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중국에 과도하게 치우친 무역·투자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은 시효가 다 됐다. 우리 경제가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중국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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