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날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가 최근 중국의 ‘백지 시위’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통제와 검열이 통하지 않는 트위터를 통해 시위 상황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백지 시위를 지지하는 연대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월 30일(현지시간) 중국인들이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으로 트위터에 접속해 전세계에 자국의 반정부 시위 상황을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2009년부터 트위터 사용이 금지된 탓에 중국의 젊은이들은 VPN을 이용해 트위터에 접속하고 있다. 특히 외국에 거주하는 유명 트위터 이용자들이 다른 시민들에게 메신저로 시위 관련 자료를 받아 자신의 계정에 올리는 방식이 많다. 2020년 5월부터 중국의 검열 상황을 트위터에 기록하고 있다는 리 라오시 씨는 최근 시위 상황 제보가 1초에 10건 이상씩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리 선생’으로 알려진 그의 트위터 계정은 최근 팔로워 수가 75만 9000명을 넘어서며 시위 이전보다 3배 급증했다.
트위터가 반정부 시위를 세계에 알리는 장으로 기능하는 것은 이번 시위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2010~2011년 튀니지, 이집트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아랍의 봄’ 시위는 SNS의 역할이 워낙 중요했던 터라 ‘트위터 혁명’ ‘페이스북 혁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시민들은 의견을 교환하거나 시위 장소를 공유할 때 트위터·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했다.
이번 중국 반정부 시위의 경우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어떤 대응 방식을 취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머스크 CEO는 이전부터 테슬라의 주요 시장이자 제조국인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패트릭 푼 일본 메이지대 객원교수는 “중국 당국이 트위터에 시위 관련 내용을 다루지 말라고 압박하거나 해킹을 시도할 수 있다”며 "이는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사용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미 트위터에서는 중국의 반정부 시위를 검색하면 엉뚱한 포르노 자료 등이 나와 당국의 개입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반정부시위에 지지를 표하는 연대 시위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의 중국 영사관 앞에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이번 시위의 상징이 된 '백지'를 들고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했다. 연대 시위는 캐나다 토론토,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 등에서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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