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는 법무부의 소년법·형법 개정안이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이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법무부가 근거로 제시한 촉법소년 범죄 통계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입법 강화쪽으로 방향을 잡던 소년범죄 처벌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할지 주목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일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의 쟁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법무부의 정책 방향에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 등이 담긴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지난달 3일 입법예고 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13일까지다.
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으로 형사 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 처분을 받는다. 법이 개정되면 만 13세는 촉법소년에서 제외된다. 법무부가 연령 하향을 추진하면서 제시한 주요 근거는 △촉법소년 범죄 증가 △소년범죄 흉포화 △소년의 신체적 성숙도 및 사회 환경 변화 등이다.
반면 입법조사처는 촉법소년 범죄 증가는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2017년 이래 촉법소년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입법조사처는 시야를 넓힐 경우 법무부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대법원 법원통계월보를 보면 2012년 촉법소년 법원 접수는 1만 3339건에 달했다. 이는 2021년 1만 2502건보다 많다. 2013년 1만 건, 2014년 7236건으로 해마다 감소한 뒤 2016년 7030건으로 바닥을 찍고 2017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소년범죄의 흉포화 역시 근거가 모호하다고 입법조사처는 판단했다. 촉법소년에 의한 강력 범죄(살인·강도·강간·방화)가 해마다 증가와 감소를 반복해 유의미한 통계를 얻을 수 없다는 논리다. 소년의 신체적 성숙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부족한 점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소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소년의 정신적 성숙도에 있어 과거와는 차이가 있다는 논거를 뒷받침할 수 있을 만한 경험적·과학적 연구나 검증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의 문제 제기에도 나이에 따라 형사 책임 여부가 달라지는 현행법을 악용한 청소년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만큼 미성년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최근 국회에서는 촉법소년 적용 제외 범죄에 강력 범죄 외에도 마약과 보이스피싱 범죄까지 포함하는 등 소년범죄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죄를 범해도 형사사건이 아닌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처리되는 이른바 ‘촉법소년’의 적용 제외 조항을 신설하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9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죄를 범한 소년이 이른바 촉법소년에 해당할지라도 살인·강간·폭행·강도·방화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제1항을 위반한 죄, 형법 제2편 제39장 사기와 공갈의 죄 중 제347조(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을 위반한 죄(보이스피싱)의 경우에도 소년부 보호사건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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