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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차별과 혐오…'암묵적 편향' 회로를 끊어라

■편향의 종말

제시카 노델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하버대 대학교 학부생이었던 한 유대인 여성은 ‘백인처럼’ 살았기 때문에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경험하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유명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해 다양한 기획기사를 제출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중 가상의 남자 J.D로 동일한 기사를 보냈더니 몇 시간만에 굳게 닫혔던 언론사의 문이 열렸다. 입사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 실력이 아닌 여성이라는 ‘성별’의 문제였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를 경험한 저자 제시카 노델이 이후 편향의 문제에 천착, 15년간의 집필 과정을 거쳐 내 놓은 책이 ‘편향의 종말’이다.

편향(bias)이란 편견을 갖게 되는 태도나 경향성을 자체를 말하는데 저자는 인간의 본능에서부터 편향의 실체를 파악해 나간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범주화’, ‘본질화’, ‘고정관념 형성’의 3단계를 거치는데 대상이나 상황이 이 고정관념에 부합하면 쾌감이라는 보상작용이 벌어진다. 따라서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고정관념에 중독되고 이는 편향사고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런 편향 사고가 마음속 편견에 머물지 않고 차별과 혐오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편향이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실용적인 도구임과 동시에 자신과 다른 대상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양날의 검”이라고 설명한다. 2016년 미국에서 흑인 시민을 범죄자로 오인해 총으로 7발이나 쏜 교통경찰 제로니모 야네즈는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겁이 났을 뿐이다."

저자는 특히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처럼 노골적인 편견보다 습관처럼 작동하는 ‘암묵적 편향’이 더 해롭다고 지적한다.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것 처럼 보이는 백인이 실제로는 심한 인종주의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스스로는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믿지만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편향적 태도가 바로 ‘암묵적 편향’이다.

하나의 회로처럼 분명히 작동하는 이 ‘암묵적 편향’을 극복할 수 있는가. 저자는 설득을 넘어 행동 설계를 바꿔야 편향 회로를 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앞서 편향을 다른 책과 이 책이 다른 점은 ‘편향의 종말’을 위한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점이다. 행동설계를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책은 ‘스웨덴 유치원의 가치중립 교육’, ‘평등한 의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존스홉킨스 병원의 행동 설계 목록’, ‘미국 경찰관들의 총기 사용 빈도를 낮춘 명상 기반 마음 챙김 훈련’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OECD 3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갈등지수 산출에서 우리나라는 이중 3위를 차지한 ‘갈등공화국’이다. 위험 수위를 넘어서는 갈등과 혐오, 그 해결책이 책 속에 담겨 있다. 2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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