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이 9일째 이어진 가운데 철도 노조의 파업을 막아선 미국 의회의 초당적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미 하원은 11월 30일 철도 파업 가능성을 막는 합의 강제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90표, 반대 137표로 가결 처리했다. 백악관의 중재로 노사가 마련한 잠정 중재안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향후 상원 표결 등이 남아 있지만 여야 지도부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미치는 철도 파업은 안 된다”며 손을 맞잡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여야 지도부와 만나 법안 처리를 요청한 뒤 의회에서 당파를 떠나 힘을 모았다는 사실은 위기 극복에 여야가 따로 없음을 보여준다.
반면 우리 국회의 모습은 영 딴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을 단독 상정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노총은 6일 동시다발적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1조 원 넘는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민주노총은 총파업 운운하며 정치 투쟁을 일삼고 제1야당은 불법 파업을 부추기는 법안 처리에 골몰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정 최고지도자는 국민들을 설득하면서 뚝심 있게 법치를 바로 세우는 노동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과감한 노동 개혁으로 ‘영국병’을 치유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은 항공 관제사 파업 당시 단호한 대응으로 법과 원칙을 관철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골자로 한 하르츠 개혁을 밀어붙여 ‘나라를 살린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의 와중에 닥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부강국으로 나아가려면 기울어진 노사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 정치권도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노사 문제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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