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2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치안정감)을 소환 조사했다. 김 청장이 경찰 최고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치안총감) 다음으로 계급이 높은 최고위직이라 특수본이 참사 책임 규명과 관련한 ‘윗선’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수본은 이날 김 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청장은 특수본이 자리 잡은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숨김과 보탬이 없이 이야기했다”며 “오늘도 마찬가지로 숨김과 보탬 없이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용산서의 기동대 투입 요청이 없었다” “성범죄나 마약 등에 대한 대책에 집중하면서 안전 예방 대책이 미진했다”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특수본은 김 청장을 상대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경비 기동대 경력 동원을 하지 않은 이유 등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중 운집 행사에 대비한 서울청의 사전 안전 관리 대책 수립 과정은 물론 당일 저녁 112 신고 처리, 사후 구호 조치의 적절성 등까지 전반을 수사하고 있다는 게 특수본 측 설명이다. 서울 치안 총괄 책임자인 김 청장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의 경비 기동대 요청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용산서의 요청과 별개로 김 청장은 경비 기동대 경력 투입 권한이 있는 만큼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수본은 이와 관련해 전날 김 청장의 핼러윈 사전 대비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윤시승 서울청 경비부장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한 바 있다.
특수본이 김 청장을 전격 소환 조사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윤 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윗선 조사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수본이 고위급 간부의 신병을 확보한 후 수사 칼날을 한층 윗선으로 겨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특수본은 윤 청장 수사 계획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며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경찰이 검찰을 통해 구속 영장을 청구한 이는 이 전 서장과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등 4명으로 5일 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이 진행된다. 특수본은 다음 주 초까지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참사 당시 현장 책임자에 대한 신병 확보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1차 신병 처리가 끝나면 행안부와 서울시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포착될 경우 이 장관 역시 소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특수본은 이날 오전 10시 해밀톤호텔 이 모 대표이사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대표는 호텔 본관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지난달 초 입건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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