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대북 안보 라인 최고 책임자였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 기로에 섰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 고위급 인사에 대한 첫 신병 확보에 성공할 경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0시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필요성을 따진다. 서 전 실장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과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실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밤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씨의 ‘자진 월북’을 속단하고 이와 배치되는 기밀 첩보를 삭제하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국가안보실 지시에 따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감청 정보 등 기밀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4일과 25일 서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이틀 연속 불러 이 씨의 사망 직후 자진 월북을 판단한 근거와 관련 부처에 기밀을 삭제토록 지시했는지를 추궁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과 문 전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서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그간 당시 상황을 모두 투명하게 밝혔으며 근거 없이 이 씨를 월북으로 몰거나 자료 삭제를 지시한 사실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 전 실장은 또 문 전 대통령이 관련 대면 보고를 받은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8시 30분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북에도 확인을 하도록 하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야 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감안할 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 전 실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8월 서 전 실장의 자택 압수 수색을 시작으로 ‘윗선’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또 안보실에서 생산된 문건을 확보하기 위해 9월 1일부터 현재까지 대통령기록관 압수 수색을 진행하며 청와대 기록물을 3개월에 걸쳐 확보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박 전 원장 역시 국정원에 첩보 보고서 등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를 두고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 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게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됐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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