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홍진영이 트로트에 여러 장르를 접목하며 영역을 확장하더니 미국 시장까지 진출했다. 첫 도전은 트로트가 아닌 영어 가사로만 이뤄진 팝이다. “기회는 올 때 잡아야 한다”는 그가 어떤 성과를 얻을지 주목된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홍진영의 데뷔 15주년 기념 미니앨범 ‘컬러 무드(Color Mood)’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타이틀곡 ‘걸 인 더 미러’(Girl In The Mirror)’는 홍진영이 처음 도전하는 파워팝 장르로, 호소력 짙은 보컬과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특징이다. 스스로를 나약하고 초라하다고 느낄 때 거울 속의 소녀를 부러워하지만, 결국 동경하던 모습은 이미 나 자신에게 있다는 내용이다.
모든 가사가 영어로 이뤄진 것 역시 돋보인다. 지난 4월 발매한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에 영어곡이 실리면서 인기를 얻으면서 발단이 된 것이다. 홍진영은 “우연찮게 빌보드 차트에 곡이 오르고 해외에서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며 “영어를 안 쓴 지 오래돼서 힘들긴 했다. 해외 있는 분들과 녹음하다 보니 실시간 영상으로 실시간으로 녹음했다”고 밝혔다.
홍진영의 신곡에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나섰다. 미국 팝가수 프롤리는 ‘걸 인 더 미러’ 피처링을 맡아, 이날 쇼케이스 무대에도 함께했다. 프롤리는 올해 발표한 ‘이프 아이 돈트 러프, 아윌 크라이(If I Don't Laugh, I'll Cry)’로 틱톡 등에서 인기를 얻은 가수로, 현재 미국 전역 라디오 섭외 1순위다. 그는 홍진영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내한해 첫 컴백 무대인 SBS ‘인기가요’에도 함께한다.
홍진영의 러브콜로 프롤리와 협업이 성사됐다고. 그는 “내가 프롤리의 ‘하드 보이’라는 곡의 팬이었다. 프롤리가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가수는 아니지만, 내가 작곡가와 이야기하다가 연결될 수 있는지 먼저 물어봤다”고 말했다. 프롤리는 “처음 러브콜을 줬을 때 설렜다”며 “이전에 홍진영이 했던 곡을 찾아봤더니 새롭고 신기해서 관심이 갔다. 이번 곡은 장르가 달라서 컬래버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많이 됐다”고 만족해했다.
여기에 디즈니뮤직퍼블리싱팀 전속 작곡가인 싱어송라이터 노에미 르그랑(Noemie Legrand)이 프로듀서 겸 공동 작곡가로 합류하고, 싱어송라이터 도터(Dotter), 라틴 음악 대표 작곡가 디노 메단호직(Dino Medanhodzic)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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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영은 트로트 가수이지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그는 “15년 동안 음원을 내면서 트로트에 새로운 장르를 접해보면 어떨지 고민하며 디스코, EDM을 섞었다. 트로트 가수로서 영역을 확장하고 싶은 것”이라며 “기회가 되면 해외에서도 활동을 해보고 싶다. 나에게 큰 기회인 것 같아 앞으로 할 수 있는 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다른 아티스트들과도 컬래버를 할 생각이고, 이야기가 오가는 분들도 있다”며 “곡의 콘셉트는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컨트리 장르가 내가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장르라 그런 쪽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전작이 빌보드 차트에 올라가면서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은 없지만 다음해 6월에 콘서트나 미주 투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트로트 정체성을 잃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동안 ‘트로트를 버리는 것이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전혀 그렇지 않다”며 “다음 해에 낼 곡도 트로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곡을 듣고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로트 가수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갑자기 왜 팝일까. 언밸런스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했다”며 “최대한 내가 갖고 있는 색깔을 갖고 있으면서 노래에 담으려고 신경 썼다. 내 색을 버리지 않으려고 한 것도 프로듀서 분들이 안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후배 양성에도 욕심이 있는 홍진영은 컴백과 더불어 MBN ‘불타는 트롯맨’ 심사 위원으로도 출연한다. 그는 “컴백 시기를 맞춰 놨는데 '불타는 트롯맨'과 겹치더라”라며 “예전부터 트로트 가수를 하고 싶어 하는 좋은 후배들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지 자체도 좋은 프로그램이라 내가 한 마디라도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새로운 스타가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출연하게 됐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직접 아티스트를 제작할 계획도 있다. “트로트 후배를 키우고 싶다”는 그는 “트로트가 예전에 비해 인식이 좋아지고 모든 연령층이 사랑하게 된 장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스타들이 나왔고 나도 트로트 가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고 했다. 이어 “오렌지 캬라멜 같은 그룹도 만들고 싶다. 대중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그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홍진영의 ‘컬러 무드’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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