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가 한 번도 개회되지 않으면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보상하는 법안과 ‘과학 방역’을 추진하기 위한 법안들의 법제화가 불투명할 전망이다.
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서로 일정 조율이 어려워 소위원회를 열지 못했다고 전했다.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말 그대로 발의된 법안에 대해 쟁점은 무엇인지 등 가장 먼저 심사하는 곳이며 이후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본 회의에 부의돼 표결하는 과정을 거쳐 법제화 여부가 결정된다.
여당과 야당은 이달 초 일정 조율을 시도했으나 무산됐고 양당 간사 간 이달 말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회의는 물론 이후 임시회에서 법안 통과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당연히 이후 법안 통과도 연기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자들을 폭 넓게 보상해주자는 법안의 법제화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피해보상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 △국가가 예방접종 후 발생하는 이상 반응 등에 대해 보상 △국가가 예방접종으로 인해 질병이 발생할 경우 이를 위한 대책 수립 등을 골자로 한다.
법안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은 후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 보다 원활히 보상하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국민에게 예방 접종을 권고하면서 이후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국가 보상을 청구해도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또는 제한적으로 인과성을 인정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경우 인과성 증명이 어렵기 때문에 ‘시간적 개연성’ 등의 사실이 증명된 경우에도 국가에서 보상을 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감염병 백신 피해 보상의 문턱을 낮춰 예방 접종의 신뢰성도 제고해 다음 팬데믹을 대비하자는 취지도 담겼다.
감염병 정보 공유를 확대하면서 감염병 대응 역량을 고도화하겠다는 취지로 발의된 과학 방역 법안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당과 방역 당국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6조의2항(정보 제공 요청 및 정보 확인 등)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조항은 △예방 접종력 △예방 접종 효과 분석 △역학 조사에 기반한 확진자 관련 정보 △항체 보유 여부 등의 정보를 감염 차단 목적에 한해서만 지방자치단체·건강보험공단 등 기관에 공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보 활용이 제한되다 보니 정부 관계자들 외에는 정확한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전망, 취약계층 보호 방안 수립 등에 참여하기 어려웠다.
국민의힘과 방역 당국이 추진하는 법 개정의 핵심은 관련 정보를 외부 기관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연구 목적을 위한 정보 공유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 기관 외에도 다양한 기관들이 코로나19를 포함한 감염병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들만 수행하던 연구를 외부 연구진들도 수행하게 되면 지금보다 의미 있는 연구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원활한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면 감염병 연구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데이터에 근거한 방역 정책 수립 뿐만 아니라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취약계층 등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방역 정책에 우선 순위를 둘 수 있고, 바이러스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백신·치료제 개발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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