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고(故) 장쩌민 전 주석의 애도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예우를 통해 추모 물결을 확산하고, 이를 통해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벡지 시위’ 흐름을 잠재우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신문 1면과 2면에 장 전 주석을 애도하고 기리는 내용의 기사와 사진을 실었다.
1면 머리기사로는 '장쩌민 동지의 훌륭한 성품과 고상한 풍모는 우리가 전진하도록 영원히 교육하고 격려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기사는 '장쩌민 동지는 영원히 빛날 것이다',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다'고 표현했다. 아울러 "중국 전역이 비통함으로 가득 차 있고 전국 각지의 간부와 군중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장쩌민 동지를 깊이 추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면에는 2019년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시 주석과 함께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오른 모습 등 장 전 주석의 생전 사진 12장을 공개했다.
신문은 전날에도 장 전 주석의 생애를 돌아보는 글과 사진 등으로 1∼3면을 채우는 등 장쩌민 사망 이후 관련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관영매체들도 장 전 주석 추모 기사를 대거 올리고 있다.
관영통신 신화사는 '전군 장병들이 장쩌민 동지를 깊이 애도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전역의 장병들이 '전당, 전군, 전국 각 민족 인민에게 고하는 글'(부고)을 읽고 슬픔을 힘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신화사는 "장병들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사업은 장쩌민 동지를 포함한 공산주의자들의 심혈과 분투가 응결된 것이라고 했다"며 "우리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강력한 지도하에 위대한 창당 정신을 고양하고 몸과 마음을 확고히 해 국방과 군대 현대화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관영 중앙TV(CCTV)도 메인 뉴스에서 첫 기사로'전국 각지에서 장쩌민 동지를 애도하고 추모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는 등 방송 시간 30분 중 10분 이상을 장 전 주석 사망 소식으로 내보냈다.
관영 언론의 보도는 사실상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한다. 최근 관영 매체들은 장 전 주석의 유지를 이어받아 시진핑 국가 주석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정부를 향해 방역 조치에 불만을 품고 이른바 백지 시위를 했던 것을 은연중에 비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국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하며 장 전 주석의 사망을 계기로 항의성 시위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같은 당국의 움직임과 온라인 검열 강화 등에 영향 탓인지 중국의 백지 시위는 잠잠해진 상황이다.
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구사해 시위를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7일 중국 전역에서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한 이후 임산부와 노약자 같은 대상에 한해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자가 격리를 허용하는 등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한편으로는 시위 예상 지역에 경찰을 집중 배치하고 사이버 규제 당국이 인터넷 단속과 검열을 강화하며 중국 누리꾼들이 온라인에서 시위 관련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당근과 채찍으로 시위 발생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차관은 "베이징 당국이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함에 따라 시위가 더 이상 번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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